[남산사색] ‘생지옥’으로 변한 응급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000명대 가까이 근접하고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다. 1만명대는 시간문제다. 위중증 환자도 1000명 가까이 폭증하고있다. 확진자들은 병상이 없어 병원 문턱을 넘지도 못한 채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의료 체계 붕괴 조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가 질병관리청이 제공한 코로나 관련 수치에 기반해 감염재생산지수를 1.28로 계측했을 때 확진자는 22일에는 2만여명, 올해 안까지 3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병원과 응급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전국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은 정부 발표로는 80%를 넘어섰을 정도로 심각하다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100%까지 다 찼다고 말한다.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84.5%에 달한다. 특히 서울과 인천의 경우 각각 86.6%, 91.1%로 한계치에 도달했다. 비수도권에서도 대전, 세종, 강원, 경북의 남은 위중증 병상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심각한 상태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응급실의 차가운 복도 한쪽에서 무작정 4~5일씩을 기다리는 환자,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41차례 격리실을 찾던 환자가 구급대를 통해 간신히 격리에 들어간 경우, 코로나19 이외의 중환자 또는 임신부를 받지 않기 위해 소생 치료 거부나 진찰을 받지 않는 데 대한 동의서를 내라고 요구하는 사례 등도 나타나고 있다. ‘병상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현장을 담당하는 의료인과 구급대원, 요양노동자, 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는 이들까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한 간호사는 “너도 나도 사표내겠다는 말만 한다”며 “의료인으로써의 책임감이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선 이들의 절망과 위기는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방역 상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지만 문제는 현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11월 세 차례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일선 병원의 공간과 인력 확보 미비로 원활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선 병원이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당장 입원해 있는 중증 환자를 내치고 코로나 확진자를 받으라는 소리인데 이를 강제할수도 없을뿐더러 이미 입원해 있는 중증환자들의 반발을 일선 병원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부랴부랴 방역 당국은 7일 코로나19 치료를 전담할 병원 2곳을 지정했다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2주 뒤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므로 체육관 등을 전용해서라도 병상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만난 의료진은 “수치만 가지고 탁상공론을 하지 말고 현장의 애로점들을 듣고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한다”라며 “의료 체계가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한다. 뭘 하던 빨리 이 생지옥으로 변한 응급실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성적인 상황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시가 급하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즉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