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남산 격 세종시 전월(轉月)산 오르면
시계방향 태극이…보름달은 물따라 빙빙돌고
장군산의 수직암봉, 휘돌아나가는 물길 조화
비암사 가는 도깨비도로, 국보·보물얘기 흥미
올레길 닮은 둘레길, 한강공원 닮은 금강공원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세종시의 물길은 북서쪽 조천, 월하천, 수문강, 연기천이 남행하는 미호천으로 모이고 미호천이 합강에서 남서행 하던 금강에 합류한뒤 다시 북서쪽으로 제천, 방죽천, 장안천으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흡사 태극 문양처럼 휘감아 돈다. 국립 세종 수목원 뒷산인 전월산은 이 3태극 물길을 관측하기 좋다.
▶3태극 물길= 나선형 태극 물길의 중심은 호수공원과 밀마루전망대이다. 세종특별자치시의 중심행정타운 중앙에 조성된 밀마루전망대는 동서남북 어디서든 도시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위치인데, 연기군 남면 종촌 마을산(해발98m)에 45m 높이로 세웠다. 밀마루는 낮은 산등성이를 뜻한다.
이 전망대에 오르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모습과 공주, 조치원 등 인근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세종특별자치시 전체 조감도와 첫마을 조감도, 토지이용 조감도도 설치해 놓아 조감도를 살펴보면서 세종특별자치시 미래의 모습을 동시에 상상해 볼 수 있다.
도시 중심인 이곳에서 동쪽으로 10km쯤 가면 금강와 미호천의 합류지점 합강공원 및 캠핑장, 서쪽으로 10km쯤 가면 장군산(354m)을 만난다. 세종시 남북으로도 도심만 벗어나면 자연생태가 즐비하다.
▶장군봉의 수직바위 절경= 큰 바위가 수직으로 서 있는 장군면 장군산의 으뜸 장군봉은 옛날 한 장군이 군사를 지휘했다는 설, 이 일대 어느 산 보다 운치가 뛰어나 산 중 최고라는 뜻이라는 설이 있는데, 장군봉 북쪽, 국사봉 남쪽에 김종서장군 묘가 있다는 점도 작명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꾀꼬리봉과 장군봉 및 금강의 물굽이 모습을 조망하며 가벼운 산행을 즐기기에 좋은 탐방로이다. 등산로 주변, 수직절리와 수평절리가 있는 암봉이 소나무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지며 동행해준다.
암릉과 암봉을 오르는 사이로 계단길이 이어진다. 계단을 오르면서 금강이 유유히 흐르는 모습 등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여기에 멋지게 구부러진 소나무와 암봉의 조화는 등산의 묘미를 더해 준다.
▶세종의 병을 고친 전의초수= 전국적으론 세종시 이웃 고을인 청주 내수읍의 초정탄산수가 유명하지만, 이 일대 사람들은 세종시 전의면 관정리의 ‘왕의 물’ 전의초수를 최고로 평가한다. 후추처럼 톡 쏘는 맛을 내기에 ‘산초나무 혹은 수추나무 초’자를 써서 초수(椒水)라고 불렀는데, 세종대왕이 이 물을 1년간 마시고 눈병을 고쳤다는 얘기가 ‘세종실록’에 기록돼 있다. 의료진들은 매일 해질녘 이 물을 떠, 밤새 역마를 달려 다음날 오전에 임금이 마시게 했다는 것이다. 물이 나오는 곳은 마치 로마경기장 미니어처처럼 돌을 쌓아 보호했고, 주변엔 건강한 소나무들이 자란다.
▶합강캠핑장= 연기면의 합강캠핑장은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금강살리기 세종지구의 합강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생태공원과 보존습지가 함께 어우러지고 금강과 미호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등산로 등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가 있는 캠핑장이다. 오토캠핑존(124면)과 카라반, 캐빈하우스가 있는 태극캠핑존(29대), 바비큐장(6면) 등의 규모를 갖췄다.
세종시는 해발 500m를 넘지 않는 1,2,3봉 운주산,금성산,국사봉을 포함해 총 47개 산을 거느리는데, 전월산(260m)은 도시한복판에 있어 주민도,이방인도 편하게 방문한다.
▶달이 금강 밤뱃놀이 하는 전월(轉月)= 전월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3태극 형상으로 도는 강물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달밤에서 이 산에서 강을 내려다보면 강에 비친 달이 강물따라 돈다는 데서 전월(轉月)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4개의 둘레길코스 주변으로 며느리바위, 용샘 등이 반기고, 호수공원, 수목원, 합강을 비롯해 강과 천이 모이는 지점들이 한눈에 보인다. 밀마루전망대에서 보면 현대식 건물이 많이 보이지만, 전월산에서는 ‘푸른 세종’의 진면목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도깨비 도로= 비암사 가는 산길로 약 1.3km쯤 올라가는 중간쯤 150m 정도 구간은 내려가는 길인데도 마치 올라가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하는 이른바 ‘도깨비 도로’이다. 길가에 도깨비도로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을 알리는 팻말이 있다.
전문가들은 눈은 솔직한데, 뇌가 판단미스를 했다고 한다. 여행가서는 뇌의 판단을 일일이 구하지 말지. 나이가 들수록 듣기좋은 소리를 들으면 영혼 없을 말이라도 뇌를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반사적으로 입부터 귀에 걸리는 시스템도 괜찮은 것 같다.
도깨비도로를 지나 가파른 계단 수십개를 오르면 800년을 훌쩍 넘은 느티나무 고목이 반기고, 세종시 건축문화재로는 처음으로 최근 국가 보물이 된 비암사 극락보전을 만난다.
▶비암사 국보와 보물= 물론 건축물이 아닌 문화재로는 국보도 있다. 비암사 터에서 발견된 7세기 후반 암적갈색 연질납석으로 만든 불상은 국보 106호로 지정돼 있으며, 지금은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소중히 보존하고 있다. 이 불상은 많은 죽음이 있은 후에 극락왕생과 깨끗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정토(淨土)신앙에 입각해 제작됐다. 673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명문으로 미뤄 나당연합군의 백제 침공에 따른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완성은 발해가 남북국시대 중 청천강이북,연해주,동만주 지역의 주도권을 잡고가고, 신라가 당나라를 축출한 이후인 7세기 후반에 이뤄졌다.
▶세종시의 초록 인문학= 800살 느티나무는 흉년에는 잎이 밑에서부터 피어 위쪽으로 피어오르고, 풍년에는 잎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피어 내린다는 말이 전해진다. 극락보전과 대웅전 사이 꽃길을 지나 산신각에 오르면 발아래 초록 세종의 풍경이 펼쳐진다.
행정, 첨단, 기술, 건축, 개발 등의 낱말이 압도할 것 같은 세종시는 알고보면 초록, 자연생태, 인문, 역사, 행복지수와 관련된 소재의 비율이 80%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