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화성 EUV라인 시작 평택·시안 2라인 본격 가동

EUV장비 4조 선제투자…5G·AI發 호황 대비 초격차

[헤럴드경제 천예선·정세희 기자]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EUV 시설 투자를 단행한 것은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5G(5세대 이동통신)와 AI(인공지능)의 확산과 반도체 상승국면을 맞아 초격차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복안으로도 읽힌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ASML과 구매 계약한 20여대는 ASML이 올해 예상한 EUV 장비 출하량(35대)의 절반을 넘어서는 규모다. 삼성이 이번에 대량 구입한 EUV 장비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차세대 D램(4세대 10나노급·1a) 공정에도 적용돼 종합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V 장비는 현재 파운드리 절대강자인 대만 TSMC를 추월하기 위한 핵심장비다. 올 1월~2월 초 가동 예정인 화성 EUV라인에 대거 투입돼 TSMC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대형 고객사 유치에 마중물이 될 것이란 평가다.

삼성은 작년 말 인텔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과 중국 최대 인터넷업체 바이두의 AI 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연이어 발주하며 신규 고객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격차를 줄이기까진 갈길이 먼 상황이다. 작년 4분기 기준(매출 추정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8%로 TSMC(52.7%)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와 TSMC는 치열한 나노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미의 관심은 3나노 제품을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다. 3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이 머리카락 굵기 3만분의 1수준이다. 5나노 제품과 비교해 칩 면적을 35% 이상 줄일 수 있고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면서 성능은 30% 향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개발을 발표했고 이르면 2021년 양산할 계획이다. TSMC 역시 2022년 3나노 제품 양산을 목표로 오는 4월 북미 기술 심포지움에서 처음으로 3나노 공정기술을 공개한다. 특히 TSMC는 최근 올해 16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파운드리뿐 아니라 차세대 D램 공정에도 EUV 장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4세대 10나노급 D램(1a) 공정에 EUV를 본격 적용할 방침이다. EUV를 적용하면 기존 3세대 10나노급(1z)에 사용된 ArF(불화아르곤) 방식보다 공정 단계가 50% 줄어들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에 구입한 일부 EUV 장비는 이르면 오는 3월 가동 예정인 평택 2라인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중국의 시안 2공장도 이르면 올 초 가동에 들어간다. 시안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시안 2공장을 설립을 위해 두차례에 거쳐 총 150억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 증가 등으로 인한 수요 회복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중국 시장 점유율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3개 라인의 완공과 라인에 투입될 EUV 장비의 대규모 구매 등으로 올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및 비메모리 분야 공정의 하드웨어 기반의 틀을 완성하게 됐다. 이처럼 경쟁 업체 보다 앞서 단행된 투자의 결실은 본격적인 시장 회복과 함께 실적 개선의 과실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5G 상용화로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 센터 확장 등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의 연이은 공장 가동은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