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끼문자’ 믿었다 털린다 …정교한 ‘가짜 은행앱’도 속출 [인간 대포통장]
#1. [OO통운] 택배 배송 확인 중입니다. 배송지를 선택해 해주세요. 1: 현관앞 2: 경비실 3: 본인수령 #2. [XX은행 대출건 승인 안내] 귀하께서는 민생 경제의 신속한 일상 회복을 위한 특별지원대책 방안에 따라 정부의 주도로 시행되는 ‘특별금융지원’ 지원대상이지만 아직까지 미신청 대상으로 분류되어 재안내 드립니다. #3. [국제발신] □□님 해외 인증 95*** USD799 결제완료. 본인 아닌 경우 한국 소비자원 문의 은행 대출, 택배 배송, 해외 결제, 투자 권유….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이런 안내를 받고 섣불리 링크를 눌렀다간 졸지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까맣게 모른 상태에서 악성 어플리케이션(앱)이 스마트폰에 깔려 개인 정보가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넘어간다. 그렇게 되면 휴대폰은 보이스피싱 범행을 완성하기 위한 ‘숙주’ 노릇을 하게 된다. 그 출발점이 ‘미끼 문자’들이다. 보안솔
2021.11.20 17:31보이스피싱 공범 몰린 스무살 청년 ‘무죄’ 확정 [인간 대포통장]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지난달 27일 대구고등법원 법정에서 판사가 주문을 읽었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에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민정(21·가명) 씨의 무죄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대학진학을 준비하던 최씨는 지난해 미끼 구인공고에 속아 ‘거래처 사람을 만나 수금하는 업무’를 했다. 이게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피해금을 받아오는 범죄였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올 4월 검찰은 그를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했다.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국민배심원 7명은 검사의 주장과 변호인의 변론을 듣고,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들을 살핀 끝에 최씨에게 죄가 없다고 평결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을 맏은 대구고법 2형사부는
2021.11.18 17:01“공기업 취업 축하받지만…곧 해고될 시한부 같습니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3부 - 꼬리 자르기〉 끝 에필로그 - 어느 공기업 사원의 말하지 못한 비밀 20대 이정우(가명) 씨는 지난 여름 누구나 알 만한 공기업에 합격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오히려 우울감에 젖어 있다. “부럽다. 그런 안정적인 공기업 들어가서.” 주변의 축하에 애써 웃어 보이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곧 잘리게 될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전과자가 되게 생겼으니까요.” 그에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친구, 직장 동료는 물론 가족들마저 모르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떳떳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커서 공직생활을 할 거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한순간 범죄자가 됐어요.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능하더라고요. 속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씨는 직업군인으로 입대해 4년을 복무했다. 사회에 나가 공적 영역에서 근무하고 싶단 포부를 품었다. 지난해 말 군복을 벗
2021.10.28 17:01[단독] ‘보이스피싱 구인’ 현수막, 길거리에 대놓고 걸렸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3부 - 꼬리 자르기〉 ③ 거미줄처럼 퍼진 ‘미끼 구인광고’ 지난 7일 천안 서북구 성정동을 지나던 강철수(가명·27) 씨는 눈을 의심했다. ‘서류 대행·관공서 민원대행·채권대행 아르바이트 초보자 환영’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대로변에 버젓이 걸려 있었던 것.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모집하는 위장 광고라고 느꼈다. 그는 알바를 구하다가 현금수금책으로 엮여 재판을 앞둔 상황이었다. 확인이 필요했다. 강씨는 현수막에 적힌 번호로 연락했다. ‘이준호 팀장’이란 사람은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대행 전문업체”라며 “금융감독원에 소송이 걸려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객들이 방문을 요청하면 찾아가는 업무”라며 복잡한 단어를 섞어가며 소개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수거할 심부름꾼을 모집하기 위해 사
2021.10.27 17:02“정부가 보이스피싱 전과자를 양성하는 겁니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3부 - 꼬리 자르기 〉 ② 이병찬 파트너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인터뷰 보이스피싱 단순 조력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여 다수의 국내 송금·인출책 범죄에 대한 경각심 강화 2020년 6월 관계부처 합동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 中 조직의 총책에 대하여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단순 가담자에 대하여도 중형 구형 2021년 7월 대검찰청 보도자료 中 정부와 수사기관의 보이스피싱 기조를 한 줄 요약하면 이렇다. ‘가담 정도를 막론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서 경각심을 높인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판을 짜고, 점조직을 운영하며 피해자를 낚는 총책이야 잡기만 한다면 강력한 처벌이 당연하다. 다만 감쪽 같은 가짜 알바공고에 속아 범죄에 이용된 이들도 있다. 헤럴드경제가 3부에 걸쳐 소개한 ‘인간 대포통장’(현금수거책)들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법조인, 법학자 가운데엔 &ldquo
2021.10.26 18:01보이스피싱 알았든 몰랐든 ‘공범’…99.2%가 ‘빨간줄’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3부 - 꼬리 자르기 〉 ① 법원 판결문 252건 들여다 보니 ‘대면편취’ 유형의 보이스피싱이 폭발적으로 늘자 재판정에 서는 이들도 많아졌다. 검찰에선 “요새 구속수사받는 피의자 절반 이상이 현금 수거책”이란 말이 나온다. 이들 대다수는 수사기관, 법정에서 보이스피싱이라곤 전혀 인지 못했다고 항변하지만 처벌을 피하지 못한다. 경찰과 검찰은 ‘단순 가담자도 강하게 처벌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를 두고 최종 가담자를 무겁게 처벌한다고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진 않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헤럴드경제는 대면편취에 연루된 현금 수거책 피의자들이 법원에서 사법처분되는 양상을 확인했다. 이들 가운데엔 가짜 취업공고에 속아 범죄에 조력하고 꼬리 자르기를 당한 시민들이 끼어 있다. 누구나 부지불식중에 엮일 수 있는 일이기에 처벌 경향을 짚어보는 건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2021.10.26 10:10“아빠가 죽으려 해서 미안해” 13년 카페 사장에서 공범으로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2부 - 범죄자 낙인 〉 ④ 자영업자에서 보이스피싱 피의자로…박동진(40)씨 이야기 “박동진 씨, 보이스피싱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출근길 지하철역. 불쑥 나타난 경찰들이 순식간에 주위를 에워쌌다. ‘미란다 원칙’을 빠르게 읊조리곤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한 달간 했던 아르바이트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이었다고 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합법적인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해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까지 보냈는데…. 혹여나 주소를 보고 가족에게 찾아가 해코지라도 할까 겁이 났다. 이제야 안 것이지만, 기우였다. 그들에게 우리는 잡히면 버려지는 ‘병정’이었을 뿐이니까. 작년 겨울은 유독 찼다. 경기도 한 소도시에 있는 카페는 삶의 터전이었다. 하루 14시간씩, 13년을 일궈왔다. 코로나19에도 굳건히 버텼건만 정부가 연말에 발표한 집합금지
2021.10.23 17:01보이스피싱 피의자 57%, “위기에 도움받을 ‘관계자본’ 없었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2부 - 범죄자 낙인 〉 ③ 보이스피싱 피의자 102명 설문조사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연루된 이들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관계자본’이 취약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기관에 붙잡히더라도 가족 외에 마땅히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서 홀로 대응하거나 온라인 공간에 의지한 이들도 10명 중 4명이었다. 헤럴드경제는 이들의 개인적, 사회적 배경과 정서적 영향을 파악하고자 네이버 카페 ‘보이스피싱 피의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8월24일~9월3일)를 벌였다. 104명이 참여했고 중복응답(2명)을 제외한 102명(사건 당사자 91명·가족 11명)의 응답값을 분석했다. 설문조사 분석 과정에서는 장동호 남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가 도움을 주었다. 대출 혹은 일자리가 필요해서 응답자 가운데 38명(37.3%)은 일자리를 찾았던 이유로 ‘일을 하고 있었으나 소득 부족했음’을 이유로 들었다.
2021.10.22 17:31“비대면면접과 개인정보 요구, 보이스피싱 알바입니다”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2부 - 범죄자 낙인 〉 ② 홍순민 서울광진경찰서 강력팀장 인터뷰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이란 역할이 생긴 건 2017년 무렵이다. 이들은 미리 속여둔 피해자를 직접 만나서 돈을 받는다. 그리고 무통장 송금을 한다. 이른바 ‘대면 편취’ 유형이다. 한 형사의 눈에 이들은 사기범죄에 가담한 범죄자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처음엔 그랬다. 잡히면 구속해 실형을 살게 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무리 잡아도 끝이 없었다. 2018년, 2019년이 지나도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급증했다. 피의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저도 구인공고를 보고 일을 시작했다가 속았어요.” 피의자들의 진술과 정황이 대개 비슷했다. ‘구인공고를 보고 아르바이트를 구했을 뿐인데 그게 보이스피싱인지 꿈에도 몰랐다’는 주장. 어쩌면 현금수거책들도 ‘취업 사기’에 속은 이
2021.10.22 09:31보이스피싱 ‘무죄’ 받았지만…신경안정제는 못 끊는 이유 [인간 대포통장]
인간 대포통장 〈2부 - 범죄자 낙인 〉 ① ‘저 죽을 테니까 사건 종결시켜 주세요.’ 지난해 4월 어느 날 최윤서(31·가명) 씨는 경찰 수사관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고 사라졌다. 그날 경찰서 2곳에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혐의로 조사받은 이후였다. 집(울산)으로 내려가는 대신 수원에 있는 선배의 집으로 향했다. 만취하도록 소주병을 비우고 수면제를 입에 털어넣었다. 문자를 받은 수사관은 신병 확보에 나섰다. 수원 관할 경찰들이 그의 소재를 찾아냈다.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정서 상태가 위기 수준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정신건강센터 상담사까지 호출했다. 아들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잡혔다는 소식은 울산에도 알려졌다. 어머니와 이모가 차로 4시간 반 거리를 단숨에 달려왔다. 취재팀은 지난달 울산에서 최씨를 만났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에 연루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미래 계획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연루된 배경
2021.10.20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