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뉴스24팀] 강원도의 한 민간식물원이 소녀상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남성상을 전시해 물의를 빚고 있다.
강원 평창군 한국자생식물원은 다음 달 10일 식물원 내 잔디밭에서 제막식을 열고 조형물을 대중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라고 이름 붙은 조형물은 그루터기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은 한복 차림의 소녀와 그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린 양복 차림의 남성의 속죄를 형상화했다.
일부 언론은 이 남성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 특정했다.
그러나 식물원 측은 이를 부인했다. 또 조형물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일 정도로 화제와 논란이 되자 제막식을 취소했다.
사비를 들여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72) 한국자생식물원장은 “절하는 남성이 아베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다”며 “일본 총리든 정치인이든 책임 있는 사람이 사죄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 마음이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28일 한국에 있는 한 민간 식물원에 설치됐다고 보도된 이른바 ‘아베 사죄상’에 대해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논평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우선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아베 사죄상’을 설치한 데 대해 외국 지도자를 예우하는 외교 관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에 국제 예양이라는 것이 있다”며 “어느 나라건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서 그런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이 언급한 국제 예양(international comity)은 국제법에 근거한 개념은 아니지만, 국가간 우호관계 차원에서 상대국 국가 대표자에 하는 예우나 경칭 사용 등을 포괄한다.
이는 외교관계를 고려한 입장으로 해석되지만 민간이 사유지에 설치한 조형물에 대해서까지 국제 예양을 거론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민간 사유지 조형물에 대해 조치할 방법이 있는지와 관련, “국내법 규정을 따져서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제작된 ‘영원한 속죄’는 식물원 내 잔디밭에 전시 중이며, 지금도 누구든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