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남북 외교사령탑이 다음 주 유엔무대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전망이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제71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1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을 대표해 5차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나선다.
먼저 윤 장관은 유엔총회 계기에 미국, 일본을 비롯한 최소 15개국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및 압박 동참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18일(현지시간)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북한ㆍ북핵문제를 중점 논의한다. 케리 국무장관과 기시다 외무상과는 각각 양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 도출 방안과 한미일 차원의 독자제재 방안 등에 대해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외교전의 클라이막스는 윤 장관과 리 외무상이 남북을 대표해 나서는 유엔총회 일반토의 자리가 될 전망이다.
윤 장관은 22일, 리 외무상은 23일 또는 24일 일반토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연설에서 북핵문제의 시급성과 엄중성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가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에 나서야한다고 호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앞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 이후 중국과 러시아 외교장관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지난 10년간 5차례의 핵실험 중 가장 강력하고 고도화된 것”이라며 “지금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지 못하면 국제사회 전체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이 유엔과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보란 듯이 위협ㆍ도발을 반복하고 있는 데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함으로써 추가 도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장관은 연설에서 북한이 뼈아프게 여기는 인권 문제도 적극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부소식통은 “북한 인권은 연설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리 외무상은 핵개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대응해 자위권적 차원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이며 유엔 안보리의 추가제재 논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5차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앞서 15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17차 비동맹운동 각료회의에서 5차 핵실험에 대해 “자위적 권리 행사를 악랄하게 걸고 드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위협과 제재소동에 대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이라며 “적들이 우리를 건드린다면 우리도 맞받아칠 준비가 돼있다는 우리 당과 인민의 초강경 의지의 과시”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계속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드는 것은 바로 미국의 도발적이며 침략적인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에 원인이 있다”면서 “미국의 항시적인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끝에 부득이하게 핵무장의 길을 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리 외무상은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논의에 대해선 “공정성과 정의를 떠나 타당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운동성원국들에게 부당한 제재를 가하는 등 미국의 강권과 전횡의 도구로 전락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리 외무상은 이밖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등을 통해 최근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피해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원조와 긴급구호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