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전세난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인가. 서민을 대변하겠다며 여야가 앞다퉈 총선 공약을 쏟아냈지만, 전세문제 해결에는 입을 닫았다.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전세값을 감당치 못해 외곽으로 쫓겨나가는 전세난민의 행렬, 급격한 월세전환으로 월급의 절반이 월세로 사라져가는 걸 지켜봐야하는 샐러리맨들의 한숨은 4년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주거난 해결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의 입장을 고스란히 총선공약집에 옮겨 왔다. 전세난 대책은 없다. 총선 공약집 초안을 만든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진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임대차와 관련한 내용이 처음에는 있었지만 공약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빠졌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조기정착, 행복주택 지속공급 등을 내놨다.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주택을 늘려 장기적으로 전세난을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산층을 위한다던 뉴스테이의 월임대료는 100만원이 넘어가는 곳이 많아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주택 사업은 일부가 주민들의 반대로 좌초되는 등 도심속에 젊은층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짓겠다던 취지에 한참을 벗어난 반쪽 정책이 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 중장기적 등 시기를 나눠 총선공약을 내놔야 했다”며 “급하게 공약을 만드느라 고민을 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전월세 대책 역시 19대의 재탕이다. 더민주는 전ㆍ월세 상한제 도입,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임대료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전ㆍ월세 상한제와 계약 종료후 1회에 한해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19대 때 더민주는 국회에서 서민주거복지특위를 구성해, 새누리당과 관련 논의를 했지만, 어떤 결과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민주는 이 대책을 다시 20대 공약으로 내세웠다.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통화에서 “전월세 대책은 임대료 상승억제가 핵심인데, 더민주는 이 공약을 19대에 내놓았음에도 이를 관철시키려는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구호에 불과했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전월세 대책이 없다. 국민의당의 주택공약은 경로당 리모델링을 통한 노인주거환경개선, 국민연금을 통한 청년희망임대주택 공급 등이다. 국민의당 정책위 주요인사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이 급하게 창당되는 과정에서 전월세 대책은 챙기지 못했다”면서도 “더민주의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이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정의당 역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공정임대료 도입 등 임대료 상승 억제 공약을 내놓았지만, 원내진입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