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비거치식 고정금리 유도 불구소비자 “일단 이자만 내고보자” 변동 금리 대출 선택 증가전문가 “불황에 금리 하락 영향”

당국 비거치식 고정금리 유도 불구 소비자 “일단 이자만 내고보자” 변동 금리 대출 선택 증가 전문가 “불황에 금리 하락 영향” 지난 2월부터 가계대출 질 개선(비거치식, 고정금리 대출 확대)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됐지만 정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 하락세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고정금리에 따른 원리금 부담보다는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 ‘일단 이자만 내고 보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 이런 기조는 계속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심사강화에도 변동금리 늘고, 고정금리 줄어=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취급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56.2%로 전달(53.9%)대비 2.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 증가분 만큼 고정금리 비중은 줄었다. 같은기간 고정금리 대출비중은 46.1%에서 43.8%로 떨어졌다.

2월부터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갚는 구조로의 질 개선을 위한 가계부채 심사가이드라인이 시행됐지만, 금융당국의 의도와는 반대로 되레 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갚는 구조가 심화된 것이다.

지난해 3월 말~4월 초 안심전환대출(고정금리ㆍ비거치식) 출시 당시 55.1%~73.4%까지 치솟은 시기를 제외하면 고정금리 비중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고정금리는 주로 비거치식(처음부터 나눠갚는 식)과 변동금리는 주로 거치식(이자만 내다가 원금은 나중에 상환)과 같이 취급된다. 가계대출의 70%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다.

기존 대출분이 반영되는 누적액 기준으로 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2월 가계대출 중 고정대출 비중은 31%로, 전달(30.7%)대비 0.3%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반대로 변동금리는 23.4%에서 23.3%로 0.3%포인트 감소했다.

안심전환대출 당시엔 34.2%(2015년 4월)까지 늘었던 고정대출 비중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2월에도 가계대출은 전달대비 2조 8000억원 늘어났다.

▶정책의도와 거꾸로 가는 대출시장, 왜?= 최근 고정ㆍ변동금리 비중 추세가 정부 정책방향과 반대로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감이 계속되면서 시장금리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장금리 영향을 받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해 당장 원리금 부담을 감당하기 보다 이자만 갚고 보려는 고객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 지난달 시장금리 중 국고채 3년물,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전월대비 0.15%포인트, 0.03%포인트씩 하락한 1.47%, 1.64%였다.

금융채 역시 0.14%포인트 떨어진 1.65%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대출은 금융채 5년물 금리에, 변동금리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에 연동해 움직인다.

코픽스(신규취급액)는 지난해 12월 1.72%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1.57%까지 떨어졌다.

자연스레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하락세다. 지난달 4개월만에 2%대로 떨어졌다.

특히 이런 경향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를 밑도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나타나고 있어 업계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심사가이드라인에 따른 질 개선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자체가 고정, 변동금리 자체보다 거치식, 비거치식에 초점이 맞춰져 실제 대출 취급시 고정, 변동금리 적용 여부는 크게 따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80%이 넘으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은 60%정도로 심사가이드라인 적용 이전과는 별 다를 바가 없다”면서 “이런 경우 여전히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승인이 되면 향후 일정 기간 이상 대출이 진행되는 집단대출의 영향을 꼽기도 한다.

집단대출은 변동금리ㆍ비거치식으로 취급된다. 전문가들은 시장금리 하락이 계속되는 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 확대 경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