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자·순번 놓고 옥신각신

결국 ‘원점회귀’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안세력을 자처하는 국민의당. 이들 3당의 비례대표 공천에 약속했던 감동은 없었다. 대신 해묵은 계파논리와 사리사욕, 나눠먹기 정치가 흰종이에 스며들었다.

우리 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들이 지역구 후보에 이어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까지 스스로 치부를 드러낸 셈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3당은 모두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내홍에 빠진 곳은 더민주다. 오랜 고민 끝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ㆍ공개했지만, 거기서부터 다시 진통이 시작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셀프 전략공천’과 그룹 간 칸막이 투표의 당헌 위배 논란이 그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비대위는 김 대표에게 비례대표 순번을 기존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김 대표는 “비대위원장직을 그만두겠다”며 분노했다. 여러가지 평가는 나왔지만, 다수 대표제와 소수 대표제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가 당내 신진세력과 토착세력 사이의 ‘기 싸움’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명단에서는 ‘세력다툼’ 대신 ‘나눠먹기’, ‘꽂아넣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는 시각도 나왔다. ‘당선권’으로 분류되는 20번 안쪽에 소위 친박(親박근혜) 인사가 대거 포진된 것과 관련이 크다.

앞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많은 뒷말을 낳았던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은 5번에 안착했고, 지난 대선 당시 국민행복추진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윤종필(62) 전 국군간호사관학교 교장도 13번을 부여받았다. 이 외에 12번을 받은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11번을 받은 김승희 전 식약처장, 15번을 받은 김순례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도 모두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반면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심사 당시 강조했던 ‘청년 흙수저 성공신화’는 명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선권인 20번 안에 포함된 30대 청년 비례대표는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한 명뿐으로, 여권의 노동개혁, 국정교과서 여론전에 앞장선 인물이다. 40살로 비교적 젊은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역시 ‘국정교과서 잔다르크’로 불렸던 인물이다.

한편 대안세력을 자처하는 국민의당은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기’ 대결을 벌이며 표류해 온 비례대표 명단을 이날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 명단에는 박선숙 사무총장과 박주현 최고위원, 이상돈 선대위원장, 이성출 안보특별위원장 등이 당선권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