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 유아교육과를 전공한 이 씨(29)는 졸업 후 계속 취업에 실패해 좌절하다 ‘국가기간ㆍ전략산업 직종훈련’을 통해 생산정보 시스템 과정을 수강했다. 이 과정에서 회계관련 자격증을 6개나 취득했고, 결국 건축사 사무소의 회계부서에 취업했다.
#. 회계학과를 졸업한 최 씨(31)는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준비로 20대를 보냈다.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던 그는 친구로부터 전문기술을 배우라는 조언을 듣고 다시 스마트전자과에 입학했다. 그는 전자이론과 C프로그래밍, 회로설계, 마이크로컨트롤러, LED응용실습 등의 교과목을 이수하고, 전자회로 설계능력을 키워나갔다. 최 씨는 전국 대학생 전자회로 설계제작 경진대회에 출전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한 모바일 통신기기 회사가 학교로 그를 찾아왔고, 그 자리에서 스카우트했다.
이들의 사례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취업에 성공한 것, 결과는 맞지만 취업이란 결실을 맺기까지 이들은 본인들이 고수하던 전공, 목표를 모두 수정했다. 생소해서 어려웠지만 익숙지 않아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취업절벽을 넘었다.
올해 정년 60세 연장과 올 봄 졸업시즌이 맞물리면서 우려됐던 청년 ‘고용절벽’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대체휴일까지 주어진 긴 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곧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될 청년들에게 기나긴 연휴가 야속하기만 하다. 취업만 했더라면 정말 꿀맛 같은 장기 휴가였을텐데, 가족ㆍ친지들을 만나 어쭙잖은 변명을 해야 할 생각에 고향 내려가길 포기하는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홀로 있는 긴 시간,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자. 내 전공, 목표로 하는 직장 과연 내게 맞는 것일까, 경쟁력은 있는 것일까. 만일 그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내던지고, 다른 전공, 다른 목표를 찾아보자. 그때부터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위에 청년들처럼 말이다.
최근 취업을 앞둔 청년들의 특징을 보면 대학 정원이 확대되면서 고학력자를 중심으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구조가 심하고, 취업이 안 돼 대학 졸업을 미루거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청년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일ㆍ학습병행제다.
독일은 학교와 기업체 현장을 오가며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일ㆍ학습병행제가 청년 고용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독일의 주요 기업들은 고숙련 훈련과정을 거친 청년들을 대상으로 채용여부를 결정해 채용에 따른 불확실성과 비용을 줄이고, 이직률도 낮췄다. 이제 청년들도 졸업 후에 직장을 준비하면 이미 늦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재학과 동시에 적성을 탐색하고, 직무에 맞는 전공과 스킬을 익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택한 전공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되면 과감히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때는 전공을 바꿔도 늦지 않다. 오히려 본인에 맞는 적성과 직무를 찾게 되면서 취업을 보다 앞당길 수 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채용 시 해당 분야 직무 경험이 있는 청년을 선호하는 기업 수요를 볼 때 일ㆍ학습병행제는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며 “중소기업들도 이 같은 직업훈련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학생과 기업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입춘(4일)이 지나 설이 왔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처럼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청년들이 고용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가 영하권인 탓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날씨 탓만 할 수는 없다. 봄은 또 잔인하게 찾아올 것이다. 때론 가족의 등쌀에, 때론 외로움에 치를 떨 청년들이여, 지금 자신을 돌아보자. 자신의 벽을 넘어야 취업절벽을 넘을 수 있다. 맞지 않다면 수정하고, 너무 높다면 낮추자. 변해야 취업의 봄을 만끽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