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TV’라는 작품이다. 달을 보고 TV를 생각해내다니. 엄청난 창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은 10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5’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스스로 “백남준으로부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그는 백남준이 바이올린을 줄로 매달아 거리에 끌고 다녔던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주며 “비디오라는 매체를 미술의 도구로 전시장에 들고 나온 건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바이올린을 끌고 다니면 달가닥 소리가 난다. 바이올린 선율은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런 소리도 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창작은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또 “징기스칸이 영토 확장을 통해 세계를 정복했듯, 백남준은 디지털 비디오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생각으로 창작을 했다”고 말했다.

이이남은 동서양의 고전회화를 디지털미디어로 재해석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2006년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서 명화 배경으로 그림 속 등장인물들이 움직이는 그림을 처음 선보여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이남 작가는 이날 자신의 7분짜리 영상 작품 ‘겸재 정선, 고흐를 만나다’를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겸재 정선의 그림 속 사람이 나귀를 타고 뚜벅뚜벅 고흐의 그림으로 건너가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고흐의 자화상을 들고 돌아오는 내용이다. 3대의 연결된 모니터에서 영화처럼 펼쳐진다.

“조선시대에 전기가 발명됐다면 어땠을까. 겸재가 세상에 전기를 전하고 고흐에게 작품을 선물받아 오는 스토리를 가정해봤다.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장면을 지루하지 않게 연결시키고 관객과의 소통 지점을 찾기 위해 ‘ㅋㅋㅋ’같은 현대인의 이모티콘 언어를 쓰기도 했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