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3%대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그 동안의 경기위축으로 크게 늘어난 재고가 기업들의 생산을 제약해 향후 상당기간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쌓아놓은 재고를 조정하기 위해 생산량을 축소 조정할 경우 성장모멘텀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장기 성장모멘텀 강화를 위해선 화학, 철강 등의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실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경제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이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내수 및 수출 부진에 따른 제조업의 재고 누적으로 향후 경기회복이 제약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이 한국기업들의 재고누적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적시생산(just-in-time), 바코딩,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재고관리 효율화에 따라 재고/출하비율이 크게 낮아졌으나, 경기부진으로 올 7월에는 129.2%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 이후 내수용 출하 부진에 이어 2013년부터는 수출용 출하 부진이 가세하면서 재고비율이 빠르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씨티는 특히 경기순환 주기상 최근 제조업 재고지수는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출하지수는 2010년 하반기 이후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가 아직 저점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제조업 출하지수는 기초금속제품과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2012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고, 올 상반기에는 통신장비와 전자부품, 운송장비에서도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재고지수의 경우 화학은 2011년 이후 출하지수를 상회하고 있고, 자동차는 2012년말 엔저 시작 1년 후부터, 조선업 중심의 운송장비는 2008~2009년의 금융위기 및 2014~2015년 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고 씨티그룹은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재고율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재고축소 및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올해부터 2019년까지의 성장률이 2011~2014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는 2015~2019년 연평균 성장률이 2.6%로 2011~2014년의 3%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근 거로 올해 1분기 제조업판매 감소폭이 연율로 -5.7%를 기록해 작년의 -2.5%보다 확대된 점과, 글로벌 잠재성장률 및 대외여건 약화 등으로 당분간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생산조정을 통한 재고축소가 진행될 경우 가동률과 고용 및 설비투자가 제한되고 이것이 내수위축과 재고누적의 악순환을 이끌어 성장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 성장모멘텀 약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재고율이 높은 석유화학과 철강, 조선, 자동차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산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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