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이 재무장에 나서면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제국의 무기생산을 담당했던 ‘전범기업’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미국 금융잡지 바론스(Barrons)를 비롯한 전문군사매체들은 일본이 ‘무기수출 금지 3원칙’을 개정한 지 1년여만에 미쓰비시(三菱)중공업과 가와사키(川崎)중공업 등이 무기시장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기업들은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뒤 해체됐으나, 이후 일본 경제성장에 기여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이들 ‘전범기업’들이 최근 군수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베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4월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에서 적극적인 평화주의를 실천하는데 있어 방위산업은 생명을 보호하는 산업”이라며 ‘무기 수출금지 3원칙’을 ‘방위 이전 3원칙’으로 개정, 군수품 수출을 독려했다.
이후 지난해 7월 미국에 요격미사일 ‘패트리엇’ PAC2에 최신부품을 수출하는 것을 허용했고, 지난 19일에는 호주가 추진하는 신형 잠수함 개발사업에 참가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지난 2월에도 인도 국방부가 일본 해상자위대의 구난비행정 ‘US2’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US2’ 제작은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 등이 맡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14일 요코하마에서 진행된 ‘MAST(국제방산 전시회)‘에서도 일본 군수업체의 제품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독일의 한 회사는 잠수함 통신시스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중국 언론인 환구망(環球網)은 이 전시회에 대해 “일본 방위산업이 세계 무기시장의 조류에 편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시에서도 일본 군수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달 들어 일본 토픽스(TOPIX) 주가지수가 1.2% 가량 상승하는 동안 이들 군수업체 주가는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급등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기, 잠수함, 군함 등을 생산한 가와사키중공업은 지난 3개월 간 주가가 12% 상승했다. 노무라(野村)종합컨설팅은 가와사키의 주가가 30%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군사정보운영시스템을 관리하는 후지쯔(富士通)정보시스템의 주가가 31%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지(富士)중공업은 최근 일본 방위성과 350억엔 규모의 전투용 헬리콥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후지중공업의 주가는 지난 석달 새 10% 상승했다.
미사일 생산업체인 미쓰비시전기는 최근 유럽 미사일생산업자인 MBDA와 제휴를 맺고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 성능개선에 나섰다. 미쓰비시 전기의 주가도 3개월 새 22%나 올랐다.
한편 미쓰비시중공업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주력 함재기인 제로센(零戰)과 전함 무사시(武蔵)를 만들었다. 현재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를 시도하고 있는 하시마(일명 군함도)에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것도 미쓰비시다. 제로센은 문화유산 등재 논란이 됐던 자살특공대로 유명한 ‘가미카제(神風)’ 특공대가 이용한 전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