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직장인 A씨(30ㆍ여)는 최근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해 몇 번이나 남성을 소개받기도 했지만, 당일에 약속을 깨거나 프로필과 다른 사람 등이 나오는 일을 몇 번 겪었기 때문이다. A씨는 “프로필을 기재하긴 하지만 어차피 생면부지 타인에 얽혀있는 지인들도 없다보니 다들 사람을 만나는 데 진지함이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소개팅 앱이 범람하고 있다. 앱 스토어에 ‘소개팅’이란 키워드를 검색하면 55개가 넘는 앱들이 쏟아진다. 올해 국내 소셜데이팅 시장도 약 500억원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개팅 앱이 성행하는 이면에 실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안전성’과 ‘검증된 인물’이란 기준을 놓고 봤을 때 앱은 믿을만한 곳이 못 된다는 것이다. ‘진지한 만남’을 통해 결혼을 반드시 성사시키려는 사람들 중 일부가 결혼정보회사를 다시 기웃거리고 있다.
28일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따르면 듀오의 지난해 매출은 370억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20억원 늘었다. 자기 의지로 가입한 사람의 점유율(85.7%)이 갈수록 높아진다. 결혼정보회사의 회복세의 이면에는 소개팅 앱에 대한 실망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소개팅 앱을 통한 사기 및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엔 한 유명 어학원 강사 임모(29) 씨가 결혼을 빙자해 미혼 여성에게 접근해 2억6000만원을 대출받도록 한 뒤 이를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5일에도 지명수배자 이모(42) 씨가 외국계 기업 임원을 사칭해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성들을 상대로 사업비 등을 요구하며 수천만원을 빼앗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소개팅 앱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결혼에 대해 진지하지 않은 경향도 있다고 회원들은 전한다. 적지 않은 돈을 내야 하는 결혼정보회사와는 달리, 소개팅 앱은 접근이 쉽고, 사용이 간편한 특성처럼 ‘가벼운’ 연애가 목적인 남녀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B(31ㆍ여)씨는 “소개팅 앱은 검증절차를 거친다고 하지만 정보에 대한 충분한 신뢰감을 갖기 어려웠다”면서 “제출된 다양한 정보를 넘겨받아 조건을 세세히 따져볼 수 있다는 점때문에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 및 연애를 하기 어려운 현실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영한 게 바로 소개팅 앱과 결혼정보회사”라면서 “결혼정보회사 가입자가 느는 이유는 결혼을 육아, 생활 등의 측면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예전보다 많아진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