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꽉 막힌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경제’가 찾아 나섰다.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의 정치ㆍ외교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양국의 경제관계 장관들이 잇따라 회의를 갖고 경제관계 정상화를 모색한다.

이번 주말(23일) 일본 도쿄와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한일 재무장관과 통상장관 회담이 각각 열린다. 지난 2012년말 아베정권 출범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관계가 급랭하면서 중단된지 2년여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정부는 정치 문제와 경제의 분리원칙에 입각해 경제관계를 복원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통상과 금융ㆍ통화정책 등에서 협력 필요성이 높은 만큼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23일 일본 도쿄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갖는다. 2012년 11월 이후 2년 반만이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경제ㆍ재정 등 포괄적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이와 별도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2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열리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 일본 경제산업상과 통상장관회의를 갖는다. 이 역시 2013년 이후 2년 1개월만이다. 통상 분야에선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와 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들도 많다.

양국의 경제관계는 최근 3~4년 사이 정치감정의 악화 이상으로 위축됐다. 지난 2011년 1080억달러에 달했던 양국 교역규모는 지난해 859억5000만달러로 20.4%(220억5000만달러) 줄었다. 지난 2001년 시작해 2012년 700억달러까지 늘어났던 통화스와프는 지난 2월 완전히 해지됐고, 양국의 관광객 발길도 뚝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반일감정이, 일본에서는 혐한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의 필요성은 높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면서 한중일 삼국의 역내 경제협력 요구가 증대되고 있고, 특히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경제정책 전반은 물론 환율과 통화ㆍ통상정책 등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경제협력 강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는 높은 수준의 한중일 FTA 체결과 한국의 TPP 가입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희망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도 “최근 한일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다소 지장을 받고는 있지만, 경제관계는 ‘경정분리’ 원칙에 따라 기업인을 중심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며 자신도 정경분리 원칙 하에 경제관계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치적 대립이 지속되더라도 경제분야에서는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실리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일 경제분야에는 서로 협력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 많으므로 ‘감정의 정치’와 분리해서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양국의 국민감정이 좋지 않지만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국민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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