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정부의 인증제도가 제대로 ‘교통정리’되지 않은 채 부처별로 인증제를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필요한 인증이 계속 신설되는가 하면, 같은 인증제를 부처별로 이름만 달리 발급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각종 인증을 취득, 유지하는 데에만 중소기업 한 곳당 연간 3000만원 이상이 든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일한 인증 관리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손톱 밑 가시’란 지적이다.

4일 감사원에 따르면, 미래부는 ‘초고속정보통신건물 인증’을 발급하고 있는데 시험항목은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지능형 건축물 인증’에 모두 포함돼 있다. 사실상 같은 시험항목으로 인증을 발급하는 것. 국무조정실은 이 같은 실태를 알지 못해 통합 인증 운영 등의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를 비롯, 총 13개의 인증이 유사ㆍ중복돼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증제도 관리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법정인증이 일부 누락되거나, 정부부처 등이 직접 발급하지만 법정인증이 아닌 인증제는 관리시스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원 측은 “인증제도 관리시스템을 개선하고, 등록된 법정인증과 비교 검토해 유사 ,중복된 사례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인증제도가 남발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산업부는 신규 인증제도 도입을 총괄, 조정하는 업무를 담당, 하고 신설 인증제도의 내용을 협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기준 24개 부처에서 175개 인증제도를 신설하면서 산업부는 실제 협의를 한 실적이 단 한차례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측은 “총괄 관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불필요한 41개 인증제가 신설됐다.

국가통합인증마크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EU는 안전ㆍ위생ㆍ건강 등 의무인증 마크를 ‘CE’로, 중국은 의무인증마크를 ‘CCC’로, 일본은 ‘PS’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인증마크를 국가가 통합 관리하는 취지이다.

우리 정부도 KC마크를 국가통합인증마크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표준기본법 규정에 따라 KC마크를 사용해야 할 15개 인증이 여전히 별도 인증 마크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한 곳당 평균 14.9개의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취득ㆍ유지하는 데에 연간 323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제도를 통합,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에게 문제점을 통보하는 등 19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