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영화 기자]#. 부동산 시행사 피데스개발은 연내 분양 예정인 경기 평택시 용죽지구 ‘평택 비전 푸르지오’ 2ㆍ3차 아파트 평면에 사랑채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성사될 경우 지난 2011년말 분양된 전남 목포시 옥암동 ‘목포 우미 파렌하이트’ 이후 3년여만에 ‘한옥형 아파트‘가 부활하는 셈이다.
신규 분양시장 부활과 한옥의 인기를 업고 아파트ㆍ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에 다시 한옥 바람이 불어닥칠 태세다. 한옥의 멋과 정취가 ‘나만의 집’을 바라는 실수요층을 파고들면서 신규 분양 단지들이 한옥을 접목한 설계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첫 한옥형 아파트인 ‘목포 우미 파렌하이트’(548가구)는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 4.1대 1로 1순위 청약이 마감됐고, 계약 한달여만에 완판됐다. 피데스개발은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108∼127㎡형 일부에 현관 입구와 곧바로 이어지는 사랑채와 툇마루를 도입한 선택형 평면을 제공했다. 그런데 전용 127㎡형 58가구 중 약 90%가, 108㎡의 경우 210가구 중 25%가 사랑채 평면을 택해 반응이 좋았다.
피데스개발의 김희정 R&D센터 소장은 “총 1100여 가구 규모의 ‘평택 비전 푸르지오’ 2ㆍ3차 중대형에 사랑채 평면을 다시 적용해볼까 한다”며 “지난해말 평택 지역 주부들과 부동산 중개인 등 30∼4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삶의 여유를 중시하고, 한옥에 대한 향수를 지닌 40∼50대들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한옥풍 외관이나 단지내 공용시설을 내건 아파트ㆍ오피스텔 분양도 줄을 잇는다.
지난달말 분양에 나선 경북 안동 풍천면ㆍ예천시 호명면 일대 경북도청신도시 28-2블록 ‘우평 라비엔’은 사업지가 전통의 고장 안동이란 점에 착안, 한국형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 오피스텔의 외관은 한옥의 문창살 느낌으로 꾸며지며 옥상정원도 전통을 테마로 현대미를 더할 예정이다. 단지 입구 ‘어귀마당’, 단지 내 ‘맞이마당’ 등 휴게공간도 전통미를 살릴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마포구 용강2구역 재개발 단지 ‘래미안 마포 리버웰’은 단지 주변 전통 한옥을 보존, 이와 연계한 한옥형 공원 및 어린이 놀이터, 게스트하우스 등을 조성했다.
지난해말부터 분양중인 GS건설의 서울 종로구 교남동 일대 ‘경희궁자이’도 한국형 동출입구와 저작권 등록을 한 ‘마당’과 ‘마루’를 도입했다. 앞으로 이같은 특화 설계를 다른 단지에도 계속 적용, 한국적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총 9800여 가구가 들어설 구리갈매지구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동구릉과 연계해 역사공원을 조성하고, 돌담길 등 ‘한(韓)스타일’ 단지로 건설된다.
건설업계에 한옥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 데에는 분양물량 홍수 속에 ‘튀어야 산다’는 절박함과 함께 한옥의 재발견이 한몫했다. 최근 한옥은 ‘춥고 비싸다’는 편견을 깨고 신공법으로 단점을 보완, 인기가 높다. 대표적으로 전남 장성군 황룡면 장산리 일대 황룡한옥마을(12만6000여㎡ 규모)의 현대식 한옥 ‘신한가 호연당’(14채)은 지난해 하반기 분양을 시작, 현재 80% 정도 팔렸다. 이 한옥은 국토교통부에서 검증한 한옥신단열소재를 사용해 따뜻하고 다양한 수납공간을 갖춘 게 특징이다. SH공사가 분양한 은평한옥마을 155개 필지도 지난해말 완판됐다.
다만 아파트 등에 한옥형 평면을 도입할 경우 자재비 부담 등으로 분양가가 다소 올라갈 소지가 있다는 게 업계로선 넘어야할 산이다. LH는 이런 이유로 2010년에 개발한 4가지 한옥형 주택 평면을 아직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