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9월에 만났던 이재명·최태원…SK AI 써밋에서 재회
최태원 “AI 전기 너무 많이 먹는다”…관련 입법 필요성 강조
이재명 “관료·정치인 사고로는 한계…정부내 CTO역할 필요”
금투세 폐지 결단…자칭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 재확인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두 달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 9월에는 국회에서 최 회장을 맞이했던 이 대표가 이번에는 직접 SK가 개최한 행사를 찾으면서 두 사람의 재회가 성사됐다. 최근 경제계 및 보수 진영 원로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회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 대표의 외연확장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서밋 2024’를 방문해 최 회장과 비공개 차담회를 가졌다. 이 대표는 차담회 시작 전 최 회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우리가 도움을 줘야 하는데 못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인공지능)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며 관련 입법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 대표도 공감을 표했다. 비공개 차담회에는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과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 유영상 SKT 사장, 유경상 SKT 부사장 등이 배석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월 5일에도 최 회장과 만나 경제 관련 논의를 나눴다. 당시에는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국회를 찾았다. 두 사람은 민주당과 대한상의 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경제 간담회’를 통해 AI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는데, 당시의 만남이 이 대표의 이날 행사 방문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대표는 9월 최 회장과의 만남 이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을 각각 만나 국회에서의 경제 관련 입법 과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 회장과의 차담회를 마친 뒤 AI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현장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싶어서 왔다”며 “AI 산업의 진흥을 통해서 대한민국 경제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도 더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라고 하는 것이 언제나 세상을 선도하고 길을 열어야 하는데 요즘은 현장을 따라가기도 바쁜 상황인 것 같다”며 “우리 정치가 해야 되는 몫을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충실하게 신속하게 이행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매우 전문적 영역이라 관료와 정치인 사고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갈 아이디어와 기획 이런 것들은 밖으로부터 언제나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 맨날 이렇게 간담회를 해서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기업에 최고 기술 담당자(CTO)가 있듯 정부 차원에서도 사실 그런 단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치인들이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서 반영하는 것을 넘어 직접적으로 현장의 상황 또는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들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결단 역시 외연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금투세 폐지 결정을 알리며 자칭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분명히 했다. 지난 7월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며 띄운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을 거듭 강조하며 그간 보수 진영이 강점을 보여왔던 경제 정책 분야에서도 과감한 우클릭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아울러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금투세 시행론자들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격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당론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당내의 굳건한 리더십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내 금투세 시행 여부에 관한 결정에는 여러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이 대표는 시행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을 고려해 정무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상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던 정부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상법 개정에 대한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고 했다.
진 의장도 이날 자신의 SNS에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정에 대해 “당 지도부가 고뇌 끝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키로 결정했다”며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했고, 지도부가 결단한 만큼 저 역시 당인(黨人)으로서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내에서 치열한 공개 토론과 논의가 진행됐지만, 지도부가 정무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이 맞지만, 현재 우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