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늘어도 객단가는 감소
신라免 3분기 적자전환…실적 먹구름
내국인 수요 늘어도…“소비 회복 더뎌”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지난 1992년 수교 후 처음으로 중국이 내년까지 한국인 무비자 관광을 허용했다. 항공·여행 등 관련 업계는 환영하고 있지만, 면세업계에서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면세점 4사의 3분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낀 데다 고물가 및 고환율로 소비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면세업계는 중국 무비자 관광허용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면세점 관계자는 “중국행 관광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내국인의 소비력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4만4641명에서 지난해 106만9687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1~9월 방문자 수는 162만3275명으로,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중국은 일본, 베트남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국가다.
면세점의 내국인 매출이 소폭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외국인 매출 부진이라는 근본적인 업계의 고민은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2019년 15.6%까지 내려갔던 내국인 매출 비중이 코로나19 이후 20%대로 회복할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내국인의 매출 기여도가 커졌다. 하지만 내수에 의존한 매출이라는 한계가 명확했다.
다만 양국 여행객의 교류 증가로 방한 중국인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B면세점 관계자는 “양국 방문이 활성화되면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져 국내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이 늘어날 수 있다”며 “당장의 매출 성장보다 장기적인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의 회복이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 이용객 수는 9월 기준 84만9516만명으로 14% 늘었지만, 이들의 객단가는 올해 3월 126만원에서 지난 9월 108만원으로 감소했다. 매출의 70~80%를 차지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회복이 지연되고, 개별관광객들이 먹거리·체험 중심으로 소비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주요 면세점의 3분기 실적도 어두운 것이 현실이다. 불황을 딛고 2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한 신라면세점은 3분기 387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대신증권은 올해 3분기 신세계면세점 역시 매출 4800억원, 영업손실 50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9월 인천공항 면세점 영업장을 1차 그랜드 오픈하며 면적을 넓혔지만, 임차료로 인한 운영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4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6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황인 만큼 3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인건비를 비롯해 ‘여객당 임대료’를 적용하는 공항 임차료 증가가 확실시되면서 외국인 관광 회복이라는 표면적인 목적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면세점 업계는 내·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단독 주류 판매, 외국인 전용 혜택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업계 최초로 ‘K-막걸리존’을 구성하는 등 주류 특화에 힘주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위스키 팝업 등 희소성 높은 상품을 강화하며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