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우려로 소극적인 보험업계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 추적 앱 활용해야”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우울증 등 정신질환 보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한계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진단의 주관성은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키고 보험금 청구 타당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큰 탓이다.
29일 보험연구원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보험의 역할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급속한 경제성장과 다양한 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적보험과 민영보험에서의 보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건강보험 진료 인원과 급여비, 정신질환 관련 산재 신청 및 승인 건수가 증가추세를 보이는 등 공적보험을 통한 정신질환 보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민영 보험회사도 2016년 약관 개정을 통해 정신질환 보장 범위를 확대했지만, 비급여 항목과 상당수의 정신질환 코드가 보장 범위에서 제외되고 있다.
정신질환 보장 확대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정신질환의 고유한 특성과 이를 둘러싼 사회-환경적, 보험산업 내 구조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과소신고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충분한 경험통계 확보가 어려워 보험상품 설계에 어려움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정신질환 진단의 주관성은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키고 보험금 청구 타당성을 입증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보험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공·사가 긴밀하게 협력하고, 보험회사는 다양한 보험상품 및 정신질환 예방·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급부 항목의 조정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위원은 “정신질환의 음의 외부효과 및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주, 보험회사, 정부 간 협력이 필수적이며, 보험회사는 특정 직군 혹은 코호트를 위한 맞춤형 보험상품 개발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은 유병률이 높아 예방 및 관리가 필수적이므로, 보험상품 제공 시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이나 건강 활동을 추적하는 앱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신상품 개발 시 정신질환 관련 국내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급부 항목을 섬세하게 조정하고, 증상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의 동반 발병 가능성을 고려하면, 연관된 정신·신체질환을 모두 보장하는 종합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전체 진료 청구 내용을 교차검증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신·신체질환 간 상호연관성은 보험회사가 정신질환을 보장함으로써 신체와 정신건강 증진에 모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신체질환만을 보장하던 보험회사가 정신질환 보장 수요에 응할 유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