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층 누수 등 문제로 선호도 낮았지만

층간소음 일상화에 ‘탑층족’ 등장

“꼭대기층 누가 별로래?” 층간소음 해방에 제일 비싸게 팔렸다 [부동산360]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층간소음이 중대한 사회 문제로 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동주택 최상층인 ‘탑층’에 대한 선호도 달라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탑층은 빗물로 인한 누수, 단열 등 문제로 비선호 층으로 분류됐으나,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상층만 찾는 일명 ‘탑층족’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아파트 탑층은 중층 등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돼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 전용 84㎡의 경우 올해 7~9월 사이 같은 동에서 층만 다르게 5건의 거래가 신고됐는데 탑층(22층)만 10억원대(10억9000만원)에 거래되고, 다른 층들은 모두 11억원을 넘겨 매매됐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역시 전용 84㎡ 탑층은 지난 7월 22일 22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5일 중층은 24억원에 손바뀜됐다.

펜트하우스 또는 조망에 차이가 없다면 탑층만 공시지가가 낮은 경우도 다반사다. 단적으로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1단지는 대부분의 동 탑층과 그 직전층 공시지가가 3000만원 가량 차이난다.

다만 탑층에만 거주하는 이들도 있다. 이웃의 층간소음으로 고통받아 탑층 매물만 찾는 사례다. 현재 아파트 탑층에 거주하는 A씨는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 받아서 무조건 탑층에 거주한다”면서 “날씨가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춥다는 단점이 있지만 층간소음이 주는 단점에 비할 바 못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탑층 거주자 B씨도 “탑층은 일단 조용하다”면서 “물론 아랫집 소음이 위로 올라오기도 하는데 발망치, 뛰는 소리 등 그간의 윗집 소음과 비교도 안 돼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추석처럼 가족들이 대거 모이는 명절에 층간소음 걱정을 덜 수 있기도 하다. 여기에 신축 아파트는 그간 거론되던 탑층의 고질적인 문제도 최소화해, 장점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탑층에서 신고가가 나오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2년차 신축인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는 전용 84㎡ 탑층(26층)이 이달 11일 12억5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 대비 1억500만원 뛰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중재상담센터)' 조사 결과 소음기준을 초과해 층간소음으로 인정된 사건 수는 2020년 18건에서 2023년 77건으로 3년간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7월 기준으로 50건을 돌파하며 지난해 기록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같은 층간소음 심각성에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연 정부는 층간소음 갈등 전문 심리상담사 방문 서비스를 내년 전국으로 확대하고, 층간소음을 측정할 수 있는 온라인예약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