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고도 ‘고백(古百)도시’에
사랑의 4대 종교 성지들 총집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익산은 백제의 고도(古都)라서 ‘고백’도시임을 표방한다. ‘고백’은 자연스럽게 익산의 대표 아이콘 ‘서동요(무왕-선화공주 러브스토리)’와 연결돼 ‘사랑’이라는 이미지에 닿는다.
왕궁과 도성을 가진 백제 후기의 중심지로서 웅혼한 면모 때문인지, 많은 종교의 거점이 익산에 터잡았다.
원불교 총부, 천주교 아가페 정양원과 나바위성당, 초창기 개신교의 남녀칠세부동석 예배당 두동교회, 심곡사, 미륵사지 등 4대 종교의 성지들이 익산에 모여있다.
익산 고백(古百) 도시가 그 어감과 역사적 스토리 때문에 ‘사랑의 도시’가 되더니, 마침내 로맨스를 뛰어넘는 아가페(무조건적인 사랑), 절대자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요즘 뜨는 황등면의 아가페 정원은 잠실야구장 만한 나무 ‘요새’이다. 500여 그루 메타세쿼이아가 12만 ㎡의 정원을 하트(♥)모양으로 감싸고 있다.
1970년 고(故) 서정수 신부가 오갈데 없는 노인들을 보살피는 복지시설 ‘정양원’을 만들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뜻의 ‘아가페’라고 이름을 붙였다. 노인들 건강에 좋은 나무와 화초 수백 종을 심고 그 사이에 오솔길과 쉼터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국민들이 산책하는 정원이 됐다.
황등면에서 원광대쪽으로가 조금만 가면, 원불교중앙총부가 있다. 1924년 9월에 소태산 박중빈 선생이 교법을 완성한 후, 불법연구회(원불교의 옛 교명) 창립을 준비하면서 약 4000평 규모로 이곳에 건립한 교화 기지이다.
법신불 일원상을 봉안한 대각전, 공회당, 수도원, 원광대의 전신인 유일학림이 있던 상주선원, 예비교역자들의 기숙사인 학림사와 정화원, 원불교 문화회관, 대종사 성탑과 성비, 종각 등이 있다.
성당포구,두동교회,나바위성당,용안습지는 모두 금강변에 있다. 11년간 해외 신학공부를 마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늦여름~초가을 상하이에서 목선을 타고 귀국하는 동안 일정치 않은 서해 파도에 고생하다 금강하구에서 강경상인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안도한다.
서해 5대 낙조명소인 웅포 곰개나루, 세곡을 관장하던 성당창을 차례로 지나 천주교를 박해하던 당국의 시선을 피해 익산 화산에 상륙했다. 곰개나루는 금강과 바다를 한꺼번에 조망하기에 노을이 더 길고, 붉다.
나바위성당은 김대건 신부가 국내 첫 신부서품을 받고 귀국하던중 가장 먼저 상륙한 화산 아래, 고딕양식과 중국풍을 가미해 지은 건축물이다. 중국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했다. 한옥 부속건물도 있다. 인근은 금강변이라서 용안습지, 바람개비 둑방길까지 산책하기도 한다.
두동교회는 1923년 선교사 해리슨의 전도로 처음 설립되었으나 1929년 무렵, 지금의 ‘ㄱ’ 자형 교회를 새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남녀칠세부동석’ 구조로, 성별을 구분해서 예배실을 ‘ㄱ’자로 갈라놓은 뒤, ‘ㄱ’ 꼭지점에 설교단을 만들어 목사가 여성쪽, 남성쪽으로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말씀을 전하는, 한옥 교회이다. 교회오빠와 지근거리에서 친분을 드러내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익산에서 미륵사지와 탑을 빼놓을 수 없다. 왕궁리 도성 북쪽 5㎞지점 금마면 기양리에 있는 미륵사지는 국내 최대규모 사원터를 두 복원 석탑이 지킨다. 지금은 손에 손잡은 가족, 연인들의 소풍터가 되었다. 방문객들은 절터 앞 연못에서 물의 반영을 활용해 두 탑, 버드나무, 동반자를 촬영하는 것 부터 시작한다.
7세기 무왕때 지은 미륵사는 백제식 ‘1탑-1금당’ 형식의 가람 세 쌍을 나란히 병렬시켜 여느 사찰의 3배라는 점,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점을 강조한다. 15년간 이어진 발굴작업 끝에 무려 2만3000여점이 출토됐는데, 당시 금 보다 몇 배 더 비싸다는 구슬이 대거 확인돼 로마의 크리스탈, 자바섬의 구슬 기술이 백제에도 있었거나 장거리 수입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익산시청 북부청사 인근에 있는 심곡사는 9세기 무염이 지었으며, 국내 걸작 탱화와 불교탄생과 발전의 주역 50불이 부처와 함께 모셔진 모습으로 유명하다.
익산은 종교적 사랑 이전, 로맨스가 있었던 곳이기에, 금강변 용안 바람개비길, 익산시내 고백스타 포토존 등에는 MZ세대 연인, 젊은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