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나무 맛말 제주도 진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두루치기 등 순우리말 명칭을 외국어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이때 번역, 통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짧은 제목을 보는 순간 “아, 이런 것이구나”라고 알아차리도록 해야한다.

봉준호 영화감독이 아카데미상을 받을때 영화인 최성재씨의 번역은 한국식 은유와 유머의 숨은 뜻 그대로를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최성재식 한식 한글메뉴판에 도전한 한글기업이 나왔다. 다국어 번역회사 글나무가 약 20년에 걸친 음식명 번역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외국어 메뉴판 제작 온-오프라인 서비스 ‘맛말’을 제주특별자치도에 선보였다.

봉준호 통역 최성재式, 한식 외국어 메뉴판 “척 보면 OK”[함영훈의 멋·맛·쉼]
한식 이름 외국어 번역 가이드

개인 창업 점주와 프랜차이즈에 이어 지자체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첫 시험대였다.

글나무는 2006년부터 약 7만 개 음식점의 외국어 메뉴판을 제작해 온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2022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의 하나인 ‘관광 음식 메뉴판 데이터’ 구축 과제를 통해 약 10만 건의 메뉴판 이미지를 수집하며 다양한 노하우를 쌓았다.

또한 글나무는 100만 개 이상의 음식 메뉴명 데이터를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관광공사의 ‘음식명 외국어 번역 표기 편람 개정’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2023 음식명 외국어 번역 가이드’를 발간하며 음식명 번역 표준 가이드를 마련했다.

글나무는 약 20년에 걸친 음식명 번역 분야의 경험을 토대로 외국인들이 국내 메뉴판을 이용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을 보완해 맛말을 론칭했다. 론칭 초기에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음식점 점주가 원하는 기능과 필요성을 조사해 서비스를 수정·보완하고 이용 만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음식명 전문 번역가들이 오번역 없이 외국인도 쉽게 이해하는 메뉴판을 제작한다는 점 또한 맛말의 특장점 중 하나다.

100만 개 이상의 음식 메뉴명 번역 데이터를 쌓아온 글나무의 번역 전문가들은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번역을 제공한다. 이를테면 ‘김치말이 국수’나 ‘두루치기’ 같은 음식명은 ‘말다’나 ‘두루친다’의 뜻 자체를 직역하는 대신 해당 음식의 조리법과 고유한 특성을 모두 담아 번역한다.

맛말은 QR코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으며, 편리한 모바일 메뉴판(외국인 관광객용 화면)과 관리 시스템(점주용 화면)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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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말 기능들

음식점에 방문한 외국인 손님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맛말이 제공하는 언어별 메뉴판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메뉴판은 한국어와 로마자 표기를 기본으로 포함하며 영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 일본어 총 4개 국어로 제공된다.

아울러 ‘전골이 냄비에서 다 끓고 나면 앞접시에 덜어 드세요’, 혹은 ‘차돌박이와 조개 관자를 구워서 김치에 싸 드시면 맛있습니다’ 등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자세하게 기재했다. 맵기를 0~5단계로 표시하고 주재료 정보와 알레르기 유발 식품 정보를 번역과 함께 제공한다. 할랄 인증 여부까지 표시된다.

제주관광공사는 ‘QR코드 활용 외국어 메뉴판 제작 무료지원’ 사업을 통해 맛말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했다.

글나무 문선희대표는 “잘못 번역된 외국어 메뉴판을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음식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외국어 메뉴판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 음식명 번역 전문가로서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외국어 메뉴판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