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건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토마토가 빠진 햄버거’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맥도날드 측의 설명이다. 가격 폭등 및 수급 불안정으로 햄버거에 토마토가 빠졌다. 심지어, 메뉴 이름에 토마토가 들어가 있는 햄버거임에도.
역대 최장 열대야, 가장 더운 9월 등 기록을 남겼던 지난 여름 폭염이 이렇게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토마토가 빠진 햄버거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지난 15일이다. 맥도날드는 “올 여름 이어진 폭염으로 토마토 성장이 충분하지 못해 공급에 많은 여름을 겪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제품에 토마토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토마토가 빠진 햄버거를 제공 시에는 무료 음료 쿠폰이 대신 나간다.
토마토의 빈 자리는 컸다.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햄버거의 절반 이상에 토마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에서 판매 중인 햄버거는 총 21종으로 이 중 버거 9종과 맥모닝 2종에 토마토가 들어간다.
특히 ‘토마토치즈비프버거’, ‘베이컨토마토디럭스버거(베토디)’ 등 메뉴 이름에도 토마토가 들어가는 버거들이 있어 소비자들은 “팥 없는 붕어빵”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엑스(옛 트위터) 이용자는 “베토디에 토마토가 없으면 그게 베토디냐”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토마토가 부족해진 건 날씨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지난 여름이 무더웠던 데다 3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더위가 9월 하순까지 이어지면서 토마토의 생육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주간에는 21~29도, 야간에는 15~21도 정도가 토마토가 자라기에 적절한 환경이다. 토마토의 재배한계는 10.5~30도다. 기온이 10.5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토마토 재배에 문제가 생긴다.
국내 주요 토마토 출하지인 전북 장수와 강원 철원에는 9월 중순까지 토마토 재배한계의 기온이 이어졌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을 보면 전북 장수의 9월 중순 최고 기온은 31.2도, 강원 철원은 28.9도로 집계됐다. 9월 하순에 이르러서야 최고 기온이 각각 25.9도, 25.5도로 내려갔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토마토 주 출하지의 기온이 9월 하순부터 내려가면서 토마토 착과량이 늘어나고 생육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며 “공급 여건이 점차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마토 가격은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토마토 소매가격(18일 기준)은 1㎏에 1만4105원으로 1년 전보다 51.7%, 평년보다 68.8% 높다.
이런 탓에 토마토 복귀 시점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맥도날드 측의 설명이다. 다만 토마토가 부족해 벌어진 문제인 만큼, 지점과 시점에 따라 유연하게 토마토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수급 문제로 제외됐다가 한번에 돌아왔던 감자튀김과 달리, 토마토는 물량이 확보되는대로 사용될 에정이다. 맥도날드는 국내에서 약 2000t의 토마토를 수급하고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올 여름 이어진 폭염으로 토마토 성장이 충분치 못해 토마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영향”라고 강조했다. 또 “선제적인 공지였을 뿐 실제 토마토 공급은 70~80%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조속히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