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이변의 희생양 트럼트 …이번 대선에선 이변의 주인공 가능성
주요기관·유력지 등 여론조사서도 7개 경합주서 트럼프가 전부 앞서
가상자산·화석에너지 등 10월 들어 ‘트럼프 트레이드’ 움직임도 가속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한국 증시에 부담… ‘케인즈적 방법’이 유효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회사가 내는 관세로 수천억달러의 예산을 확보할 것이다. 내가 미국 일자리를 지키려는 것은 '보호주의'가 아닌 '친(親) 노동자 정책'이다.
4년 전 미국 대선에서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선 이변의 주인공으로 승리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재임 중이던 지난 2020년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음에도 재선에 실패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전자의 위치에 선 이번 대선에선 S&P500 지수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민주당에게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정권 탈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에측에 힘이 실리면서죠.
미 월가(街)를 중심으로 지난 7월과 유사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대선 승리에 베팅하는 투자)’ 현상이 재차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인데요. 국내 증시의 경우엔 변동성 극대화에 대비하는 투자 전략의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팅 사이트·경합주 여론조사 ‘압도적 우세’
22일 미 블록체인 기반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미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61.9%에 달했습니다. 상대방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38.1%에 불과했죠. 해당 사이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확률이 50% 선을 넘어서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본격적으로 앞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일부터 인데요. 불과 2주가 조금 더 지난 시간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10%포인트 넘게 높아진 셈입니다.
주요 기관과 유력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미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대선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평가되는 7개 경합주(애리조나·네바다·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 여론조사 결과 평균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곳도 빼놓지 않고 해리스 부통령을 앞섰습니다. 지금 당장 미 대선이 치러진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12명에 이르는 선거인단을 획득하면서 226명에 그칠 해리스 부통령을 압도적으로 꺾게됩니다.
대선을 2주 앞두고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 대선 전 3개월 간 S&P500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할 경우 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하고, ‘마이너스’의 경우 정권이 교체된다는 미 월가의 ‘법칙’이 지난 대선에 이어 2회 연속 깨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해당 법칙에 예외가 적용됐던 경우는 지난 1976~2020년 치러진 총 12번의 대선 중 단 2회(1980년, 2020년)에 그친 바 있는데요. 지난 2020년 대선 전 3개월 간 S&P500 수익률은 1.24%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패배하며 정권을 내준 바 있습니다.
올해 대선 3개월 전(8월 7일) 시점부터 21일(현지시간) 종가까지 S&P500 수익률은 무려 12.59%에 이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종 조사와 예측 모델 등에서 대선 막바지로 향할 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점쳐진다”면서도 “여전히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죠.
다시 億트코인 도전?…‘트럼프 트레이드’ 가속도
미 증시에선 10월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점쳐지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이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종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대주주로 있는 소셜미디어 회사 ‘트럼프미디어그룹’입니다. 지난달 23일 12.15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21일(31.30달러)까지 주가가 157.61%나 상승하면서죠.
가장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는 섹터는 가상자산입니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가우탐 추가니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까지 8만∼9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지난달 예상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가상화폐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죠.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22일 오전 7시 40분 기준으로 최근 한 달 간 7.13%나 올랐습니다. 올해 3월 사상 첫 1억원 선을 돌파한 비트코인 가격은 이후 9월 초까지 7000만원대 초반까지 밀리며 6개월 간의 조정장세를 보였는데요.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빅컷(한 번에 50bp 금리 인하, 1bp=0.01%포인트)’ 후 8000만원대로 들어서더니, 최근엔 ‘트럼프 트레이드’의 영향으로 9000만원대까지 올라서며 ‘억(億)트코인(비트코인 1개당 1억원)’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분석가들도 나오는 상황이죠.
이 밖에도 도지코인(+32.29%), 솔라나(+12.75%) 이더리움(+4.19%) 등 주요 알트코인도 강세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미 증시 내에서도 대표적인 비트코인 관련주로 꼽히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2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46.06%나 상승했고요.
증시 내 대표적인 트럼프 카테고리는 ▷화석 에너지 밸류체인(에너지, 내연차) ▷규제완화(금융, 헬스케어, 통신) ▷민생(산업재) 등으로 꼽히는데요.
금융주는 트럼프 재집권 시 각종 규제 완화 수혜로 상승이 기대되는 섹터입니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이 꼽은 '트럼프 바스켓(수혜주)' 수익률 상위 10개(지난 16일 기준) 종목 중 웰스파고(+11%), 라자드(+9.7%), 모건스탠리(+9.6%), 싱크로니파이낸셜(+8.7%), 에버코어(+8.5%), 뱅크오브아메리카(+6.5%), 키코프(+4.9%), 골드만삭스(+4.9%) 등 8개 종목이 금융주였을 정도로 이미 투심이 달아오르는 모양새죠.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순환매 대상인 중소형주와 규제 완화 수혜주인 헬스케어 섹터를 비롯해 강(强)달러 관련 수혜주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섹터별 수익률은 IT(125.5%), 경기소비재(79%), 유틸리티(73.7%), 헬스케어(54.8%) 등의 순이었습니다.
원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중심의 전통 에너지주 역시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대상으로 꼽힙니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의 분석 결과 트럼프 1기 4년 간 에너지 섹터 수익률이 -54%로 매우 저조했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인데요.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 전통 에너지주의 수익률이 부진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천연가스주가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면서 “미국을 전세계에서 가장 값싼 전기료 국가로 만들겠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상 에너지 다변화의 차원에서 신재생 에너지주의 가치가 돋보일 수 있다. 주가 조정 시 매수에 나서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제안하고 했습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집약적인 친환경에너지 산업은 정책보다는 금리의 영향이 더 크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해도 금리가 인하되면 친환경에너지 기업에 우호적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돌아온 ‘美 우선주의’에 韓 증시 시련 우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대선 막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급부상이 코스피·코스닥엔 큰 도전적 상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악의 협정으로 꼽았다. 그는 재정적자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서 “국내 수출 기업은 관세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죠. 이에 따라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피해주 판단은 남들이 수혜주가 생각하는 종목을 따라 사는 ‘케인즈적 방법’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이 연구원은 내놓았습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관련주에 대한 투자도 조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습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한국은행의 분석 당시 미국의 대(對) 중국 60% 관세 부과 시 한국의 대중 수출·수출연계생산이 각각 지난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당시보다 2배씩 상회한 6%씩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역시 최대 1%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국내 증시 전반의 부담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죠.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증시를 이끄는 대표 대형주도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부담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동일 업종 간 한미 대표 종목의 8월 이후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마이크론, 인텔, 포드 등 미 증시 종목 수익률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증시 종목보다 높았다”면서 “유틸리티·헬스케어·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주를 비롯해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빅테크(대형 기술주)’ 등에 집중 투자했던 전략보단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선 7월 이후 대형주에 국한된 주가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면서 “(트럼프 우세 국면을 맞이해) 업종별로 대형주가 많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향후 수익률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