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2014년 세계 11위 경제 규모였던 인도는 오늘날 5위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제 세 번째 임기 내엔 3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 약속합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을 선출하는 총선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가 어디냐고요? 지난 5일 기준 약 14억2863만명으로 세계 최대 인구를 지닌 인도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인도 인구 중 유권자의 수는 적게는 9억명, 많게는 9억6000만명에 이를 것이라 추산되는데요. 러시아까지 모두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전체 인구 7억4185만명보다도 더 많은 수준입니다.
투표자 수가 워낙 많은 데다 지역도 방대하다 보니 선거는 4~5월 중 한 달 반에 걸쳐 순차적으로 실시될 예정입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인도에선 543명의 연방 하원 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5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의 수장이 총리가 돼 국가를 이끌게 됩니다.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나렌드라 모디 현직 인도 총리가 이끄는 바라티야자나타당(BJP, 인도인민당)이 총선에서 승리,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이변 없다면 모디 3기 확정적…관심은 의석 수로
사실 인도 국내외 전문가는 물론, 인도 국민들 모두 모디 총리가 무난히 집권 3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미 CNN 방송은 “종종 세계 최대 민주주의 실험이라 불리는 인도 총선을 통해 모디 총리가 보기 드문 3선 집권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총선의 진짜 관전 포인트라면, 모디 총리의 승리가 아니라 모디 총리가 중심이 된 여당과 여권 연합이 얼마나 많은 의석 수를 얻게 될 지 관심이라는 게 보다 정확할 듯하네요.
최근 인도 내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선 여당인 BJP가 중심이 된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 연합 ‘국민민주동맹(NDA)’이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최대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를 주축으로 드라비다진보연맹(DMK), 전인도회의당(AITC), 민족주의국민회의당(NCP), 인도 공산당, 친무슬림 정당인 사마즈와디당(SP), 인도연합무슬림연맹(IUML) 등 26개 정당이 뭉친 ‘인도국민개발포괄동맹(I.N.D.I.A.·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이 맞서는 모양새긴 한데요. 여권 연합 NDA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죠.
이달 들어 인도 현지 언론사 인디아TV가 여론조사업체 CNX와 공동으로 실시한 가장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NDA의 지지율은 48.6%로 27.2%에 그친 I.N.D.I.A.에 ‘더블스코어’ 가깝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예상 의석 수를 살펴본다면 결과는 훨씬 더 압도적입니다. NDA의 예상 의석 수는 전체 의석 수(543석)의 69.61%에 이르는 378석에 달할 것이라는 것인데요. 이는 당초 370석으로 내세웠던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여권 연합이 단독 개헌 가능선인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거머쥐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결과기도 하죠.
모디 총리가 소속된 여당 BJP 단독으로도 335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인디아TV-CNX 여론조사에서 눈여겨볼 또 다른 지점입니다. 지난 2019년 총선 당시 얻었던 303석보다 30석 이상 의석 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으로, 여당 홀로 전체 의석 수의 60% 이상을 독점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라자 모한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많은 인도 사람들은 모디 총리가 긴장할 만한 야당 세력의 도전이 이번 총선을 통해 현실화되길 바랐다”면서도 “(야권 연합이 결성됐던)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가능할 것 같았던 그 꿈이 이젠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죠.
모디 총리가 이번 총선에 승리해 3연임에 성공할 경우, 그는 현대 인도의 ‘국부(國父)’격 인물이자 1대 총리를 지냈던 자와할랄 네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을 갖게 됩니다. 바로 3연임에 3번 연속 여당이 다수당이 되는 영예를 얻게 되는 것이죠.
현대 인도 공화국엔 총 14명의 총리가 있었는데요. 네루 전 총리의 딸 인디라 간디 전 총리(1966~1977년)가 3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가 이끌던 INC는 의회 다수당이 되는 데 실패한 바 있죠.
‘힌두 민족주의’ 기반 ‘전체주의’ 강화될까 우려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할 경우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서방 매체를 중심으로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가장 먼저 모디 총리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가 ‘전체주의’로 빠른 속도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1947년 인도 독립을 이끌어 낸 네루 초대 총리가 기틀을 잡았던 ‘세속적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을 약화시키고, ‘힌두 민족주의 국가’로 변화시키려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에선 대형 힌두교 사원 축성식이 열렸습니다. 지난 1992년 힌두교 광신도들이 이곳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이 잘못됐다며 파괴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하며 2000여명이 사망했던 인도 역사상 최악의 종교 유혈 충돌이 벌어졌던 곳인데요. 이곳에선 지난 2019년부터 새로운 힌두교 사원 건설이 시작됐고, 모디 총리는 2020년 착공식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정계에선 이 사원 축성식을 ‘힌두 민족주의’를 전면에 세운 모디 총리의 재선 캠페인 시작점으로 보는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바라트(Bharat, 인간이 사는 대지), 즉 인디아(India)는 연방 국가다'힌디어판 인도 헌법 제 1조
이 밖에도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는 총선 승리 후 기존 영문 국호인 ‘인디아’ 대신 힌두교에서 비롯된 ‘바라트’로 공식 국호로 통일하려는 노력에 속도를 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인도 인구의 79.8%에 이르는 힌두교도의 환호를 받을 수 있지만, 14.2%에 이르는 무슬림 ‘인도 국민’은 졸지에 힌두교의 땅에 사는 ‘이방인’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 셈입니다.
모디 정부는 공용어 대신 힌디어를 ‘국어’로 지정하려 노력 중입니다. 인도에서 태어날 때부터 힌디어를 쓰는 국민은 44%에 불과한 데 말이죠.
모디 총리의 지역구도 힌두교 성지로 유명한 바라나시시(市)입니다. 2014년 총선 때 출마해 처음 당선, 연방 총리에 오른 데 이어 2019년 총기 때도 승리한 지역구죠.
지난 10년간 이어진 모디 정부에서 이미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연구 결과는 연이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인도는 180개국 중 161위에 올랐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는 인도를 ‘선거 독재’ 국가로 분류했고, 미 싱크탱크 프리덤하우스도 인도를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 선정했습니다. 영국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는 인도의 민주주의 순위가 모디 집권기인 2014~2022년 사이 27위에서 46위로 떨어졌다고 진단했죠.
다만, 인도 국민들은 ‘권위주의’의 모습을 띄고 있는 모디 총리에 대해 불만은커녕, 오히려 만족하는 모습입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2~5월 조사한 결과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했는데, ‘의회·법원의 간섭을 거치지 않는 강력한 지도자 통치 체제를 선호한다’는 응답률이 인도의 경우 2017년 55%에서 2023년 67%로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죠. 조사국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이기도 하고요.
‘모디노믹스’로 확 달라진 인도 경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다윗’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골리앗’ 조지 H.W. 부시 대통령과 대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한 마디입니다. 걸프전쟁에서 승리하고 동구권 독재 정권과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공산권과 체제 경쟁에서 이겼다 해도 경제 침체로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면 정권이 교체될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숙명이란 점을 강렬하게 각인시킨 대표적 사례죠.
인도 정계에서 모디 총리의 입지가 이토록 강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인도 경제의 ‘퀀텀 점프’를 실현한 ‘모디노믹스(Modinimics, 모디 총리의 이름과 경제를 의미하는 economics의 합성어)’ 덕분입니다.
모디노믹스의 핵심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가 있습니다. 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인도 제조업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죠.
이후 모디 정부는 2020년 ‘자립 인도 정책’과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정책(PLI)’이란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의 후속 조치를 내놓으며 제조업 강화를 위한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았습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맞아떨어지며 경제성장률 반등이란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죠. 하나증권은 “정책 시행 전 제조업의 3년 연평균 성장률은 5.6% 수준이었지만, 이후 2023년까지 11.4%에 이른다”고 분석했습니다.
모디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습니다. 유통, 보험, 건설 분양 등은 물론이고, 방위산업에까지도 외국인 지분율 100%를 허용하는 등 광범위하게 규제를 풀었죠. 그 결과 인도에 대한 FDI는 2020~2023년 4년 연속 700억달러 선을 넘겼습니다. 모디 총리가 집권하기 전 평균 300억달러 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배 넘게 늘어난 것이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부과하던 간접세를 처음으로 통합한 ‘통합간접세(GST)’를 도입해 외국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더 쉽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도 모디 정부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결과 인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기승을 부렸던 2019~2020년을 제외하면 모디 총리의 집권 첫해였던 2014년부터 연평균 7%대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 2021~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각각 9.7%, 7.0%, 7.6%에 이릅니다.
지난해 10~12월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8.4%로 직전 분기(7.6%) 대비 0.8%포인트나 높았고, 지난 2022년 4~6월(13.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발표한 금융시장 전문가 예상치(6.6%)도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기도 하죠.
올해 전망 역시 긍정적이죠. 지난 1월 인도 재무부는 ‘월례 경제 리뷰’ 보고서를 통해 2024년 회계연도 실질 GDP 증가율 전망치를 7%대로 제시했습니다. 같은 달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5%로 발표했죠. 전 세계 평균치인 3.1%는 물론, 신흥국 평균치 4.1%보다도 2%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나온 GDP 성장률 목표지 ‘5% 안팎’과 비교해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이죠.
라훌 바조리아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경제가 8%대의 성장률을 보이는 것은 다른 국가들과 차별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높은 투자 증가율(2023년 3·4분기 2연속 10% 이상 증가)이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짚었죠.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현재 16%에서 2028년 1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도 있습니다.
美中 패권 경쟁 심화, 인도에겐 기회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모디 총리와 그가 이끌고 있는 인도 경제엔 유리한 국면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춰가며 ‘민주주의’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을 중심으로 이를 재편하려는 미국으로선 인도가 새로운 제조업 밸류체인의 핵심 국가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죠.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경제 규모 역시 확장 중인 ‘민주주의’ 국가 인도가 부동산 리스크발(發) 구조적 경기 침체 양상이 짙어지고 있는 ‘권위주의’ 국가 중국보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겐 더 나은 파트너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했던 시기를 지나 조 바이든 현재 미국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 중국 압박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에선 인도는 없어선 안될 존재였죠. 재집권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될지라도 인도에게 만큼은 수많은 동맹국을 향해 공언한 ‘고관세 폭탄’을 안기는 등 관계를 악화시킬만한 일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단 분석이 나오는 점도 향후 투자처로서 인도의 가장 큰 메리트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선 실제로 중국을 빠져나온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인도로 향하는 모습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기도 합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 주식 벤치마크에서 인도 주식 시장의 비중은 1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30%에 육박했던 중국 주식 시장의 점유율은 24.8%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인도 주식을 매입하는 주요 펀드는 지난해 4분기 기록적인 유입을 기록한 반면, 중국에 투자하는 4개 펀드에선 거의 8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고 하죠. 620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마셜 웨이스는 주력 헤지펀드에서 미국에 이어 인도를 가장 큰 순매수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미카스 퍼샤드 싱가포르 M&G 인베스트먼트 아시아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도 시장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단순히 중국이 아니라는 점”이라면서 “중국이 서구 세계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된다면, 인도는 잠재적인 균형추로 간주되며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죠.
‘사상 최고’ 기록 작성 중인 인도 증시
경제 고도성장세는 곧장 증시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에 따르면 대표 지수인 ‘니프티(Nifty)50’ 지수는 지난 6일 종가 기준 2만2474.05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니프티50은 NSE에 상장된 주요 종목 50개로 구성된 지수입니다.
앞서 인도 전체 증시의 시가총액도 최근 4조6000억달러를 넘어서며 홍콩을 제치고 전 세계 4위 규모의 시장으로 도약한 바 있습니다.
오는 4월 인도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증시의 우상향 곡선도 보다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증권가에선 나오고 있죠.
글로벌 투자은행(IB) 제프리스는 최근 전망을 통해 인도 증시의 시가총액이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한 10조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매년 높은 상승 폭을 보인 만큼 일각에서 과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아직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아직도 인도가 글로벌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는 점도 추가 상승 요인으로 꼽힙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글로벌 자금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가 인도 증시로 유입되게 하는 요인이라고 제프리스는 분석했죠. 제프리스의 마헤쉬 난두르카르와 크리스 우드는 “글로벌 주가지수에서 (인도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에 불과하다”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도 증시에 개인 투자자가 대거 유입된 것도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외국인 수급의 영향이 큰 신흥국 증시의 특성상 개인 투자자의 비중 확대는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를 견딜 수 있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받기 때문이죠.
인도 주식 계좌수는 지난 2020년 4100만개에서 2021년 5500만개, 2022년 9000만개, 2023년 1억1400만개로 증가했습니다. 불과 3년 만에 2.8배나 늘어난 것이죠. 꾸준히 30% 대에 머물던 개인 주식 거래 비중도 2021년 이후 40% 대로 올라섰습니다.
경제 고도성장에 증시에 대한 투자금이 쏠린 결과 아시아 부호 순위 1,2위 모두 인도인이 차지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의 집계 결과 자산 1140억달러 규모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과 1040억달러 규모의 고탐 아다니 아다니 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죠. 한국 최고 부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평가 자산 105억달러의 약 10배에 달하는 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암바니 회장은 지난 2018년 딸 이샤의 초호화 결혼식에 힐러리 클린턴,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은 물론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초청, 팝스타 비욘세가 축하 공연을 해 화제를 끈 바 있습니다. 최근 막내아들 아난트의 결혼식 전 파티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등이 참석했고, 팝스타 리한나가 축하 공연에 나서 또 한 번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죠,
ETF로 인도 투자 나서는 개미…韓 기업 현지 IPO 노크도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인도 증시로 쏠리는 이유는 바로 중국 증시의 부진 탓입니다.
지난 6일 기준 인도 증시 대표 지수인 센섹스(SENSEX) 지수와 니프티50 지수는 최근 1년간 각각 23.06%, 26.94%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의 항셍지수는 각각 7.46%, 19.55% 하락했습니다.
최근 5년간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격차는 더 커집니다. 센섹스 지수와 니프티50 지수의 상승률은 각각 102.10%, 103.75%에 이르는데요. 5년간 지수가 2배가 됐다는 뜻이죠. 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2.36% 오르는데 그쳤고, 항셍 지수는 하락률이 41.77%에 달했습니다.
다만, 국내 투자자에겐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도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점인데요. 대신, 국내에 상장된 ETF를 통해 인도 증시에 간접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는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거래소엔 인도 니프티50 지수를 추종하는 ETF 5종이 상장돼 있습니다. 아직 센섹스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없는 상황이죠.
지난 6일 종가 기준 해당 ETF 중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27.24%인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 ETF입니다. 그 뒤를 25.01%인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 ETF가 따랐고요. ‘KOSEF 인도Nifty50(합성)’ ETF(14.87%), ‘KODEX 인도Nifty50’ ETF(13.28%), ‘TIGER 인도니프티50’ ETF(13.07%) 모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죠.
높은 수익률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도 이어졌습니다. 해당 기간 ‘TIGER 인도니프티50’ ETF와 ‘KODEX 인도Nifty50’ ETF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액이 각각 691억원, 601억원을 기록했고요. ‘KOSEF 인도Nifty50(합성)’ ETF와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 ETF에 대한 순매수액도 각각 66억원, 42억원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수요를 반영하듯 국내 최초 인도 테마형 ETF도 곧 출시될 예정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오는 6월 상장을 목표로 인도 대표 대기업 '타타그룹'에 투자하는 ETF 출시를 준비 중인데요. 구성 종목을 살펴보면 정보통신기술 서비스 기업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23.8%), 타타모터스(16.73%), 타이탄(15.12%) 등을 비중 있게 담았고, 타타스틸(11.6%), 트렌트(8.55%), 타타파워(6.2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타타그룹 ETF 출시를 계기로 보다 다양한 인도 테마형 상품도 속속 출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을 비롯해 기관들도 인도 자본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내 기업들은 인도 현지 기업공개(IPO)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데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CJ대한통운 인도 법인 CJ다슬은 인도 증권거래위원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습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1월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 인도 법인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을 마친 상태란 보도가 이어졌죠.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는 최대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 증시 최대 공모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하죠.
이 밖에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는 올해 개소하는 인도 뭄바이 사무소를 활용해 신흥국 투자처를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하반기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4번째 해외 사무소를 개소하는 국민연금공단도 다음 해외투자 기지로 인도 뭄바이를 점찍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