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것은 우리 영토를 공격한 것과 매한가지다. 실수를 저지른 사악한 정권은 벌을 받아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다.”
“만약 이란이 대리 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토에서 공격을 감행한다면,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것이다.”
전 세계를 종말 수준의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표적인 ‘아마겟돈(Armageddon)’ 시나리오 중 하나가 현실화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바로 대표적인 글로벌 화약고 중 하나로 꼽히는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면적 군사 충돌이 그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자국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잘려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 임박 수준까지 번진 것인데요. 지난 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이스라엘이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레바논·시리아 담당 지휘관과 부지휘관을 비롯해 6명의 혁명수비대 장성이 숨지는 일은 지역 긴장이 최고 수준에 이르는 ‘방아쇠(트리거)’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의 본토에 대해 고강도 공격을 가하겠다는 위협이 단순히 ‘말폭탄’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에서 현재 상황이 과거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임박?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곧 이뤄질 것이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공격엔 ‘고정밀 미사일’이 동원될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의 말을 인용해 이란이 탄도 미사일과 드론, 순항 미사일을 사용해 이스라엘을 겨냥한 유례 없는 직접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이스라엘 역시 이란에 대해 직접적인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고요.
중동 지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두 국가 간의 군사적 충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이 이번 상황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세계 최강 군사대국인 미국이 분쟁의 직접적 당사자로 출연해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말한 것처럼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의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굳건하고 철통 같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10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주요 언론들의 보도 중에선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이란 미사일을 직접 요격하고,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미국이 동참하기 위해 준비 중이란 내용도 있었는데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그간 이란에 자제를 요청해왔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감행될 경우 이스라엘의 편에 설 것이라고 분명한 경고를 날렸다고도 하네요.
물론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관련 논평 요청에 즉답을 피한 채 “이란의 수사(rhetoric)를 알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만 밝히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란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남겨 이란의 행동에 제약을 주겠단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이 밖에도 중동 지역 미군 책임자인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 중부 사령관이 이란과 이란 대리세력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비하고 공동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사태를 논의하는 모습도 보여줬죠.
중동 맹주 꿈꾸는 이란…“美와 직접 충돌 피하려 노력 중”
이처럼 군사적 충돌이란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는 ‘중동 대난투(大亂鬪)’의 배경엔 9000만명에 육박하는 많은 인구와 세계 4위 규모 원유 매장량 등을 바탕으로 현재의 중동 세력 구도에 균열을 발생,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자리를 넘어서 지역 맹주의 지위까지 오르고자 하는 이란의 움직임이 깔려 있습니다.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을 통해 미국과 대척점에 선 이란이 구사하는 전략의 가장 큰 두 물줄기는 ①중동 지역에서 미국 축출 ②이스라엘의 존재 부정과 지도상에서 소멸 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란은 직접적으로 군사 충돌에 나서기 보단 중동 각 지역의 반(反) 서방, 반 이스라엘 성향 세력들을 지원해왔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으로 불리는 헤즈볼라(레바논), 후티 반군(예멘), 바샤르 아사드 정권(시리아), 시아파 민병대(이라크)와 가자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죠.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이슬람권 언론이 미국이 만들어낸 '악의 축(axis of evil)'에 반감을 드러내며 만든 용어. 당초에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에 반대·저항하는 국가들이라는 뜻이었으나, 점차 이란이 지원하는 반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을 이르는 말로 변화했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대(對) 이스라엘 기습 침공을 감행한 하마스, 수에즈 운하로 들어서는 홍해 앞바다에서 서방 선박을 대상으로 무차별 공격을 이어가며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했던 후티 반군 모두 극단적 행동의 배경엔 이란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점차 축적되고 있던 양측 사이의 긴장감에 불씨를 당을 붙인 트리거(방아쇠)가 외교 공관에 대한 공격을 감행, 국제적 규범이란 ‘선’을 넘어선 이스라엘의 공격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란의 대 이스라엘 공습이란 사실은 이미 결정됐고, 이제 남은 것은 ‘언제(when)’일 뿐이란 분석에도 불구하고 막후에선 군사적 충돌이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의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 미국이 이란 측에 공개적 또는 배후로 경고를 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대응 강도를 제한하도록 하는 방안도 이스라엘이 미국에 요청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와 이라크 등 아랍 국가들의 외무장관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해 역내 긴장 완화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란 측에 메시지를 전달해달라는 미국의 부탁을 받고 이뤄졌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이란 역시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며 서둘러 보복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단 보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오만을 방만한 자리에서 가자지구 영구 휴전을 포함한 요구 사항이 충족되면 긴장 완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도 전해지죠.
삼성선물은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공격은 국운을 걸어야하는 상황인 만큼 가능성이 낮다”면서 “친(親) 이란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이나 헤즈볼라를 활용해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벌이거나, 국외에 위치한 이스라엘 공관에 대한 보복 공격 등 제한적 범위의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란 점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평가했습니다.
유승민 삼성증권 지정학분석팀장 겸 글로벌투자전략팀장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금요기도 설교 가이드 라인에서 ‘전략적 인내’를 지지했다 알려졌고, 이란 군부도 ‘제한적이지만 억지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보복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전망했죠.
이란-이스라엘 군사적 긴장 고조에 전 세계 ‘호르무즈 해협’ 주목
글로벌 경제에서 혹시나 모를 이란·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충돌 현실화 가능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문은 바로 ‘원유’ 공급망입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85.5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같은 날 영국 ICE 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6월 인도 브렌트유 가격은 90.20달러로 전날에 이어 90달러 대를 웃돌았죠.
이번 군사적 긴장 속에서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곳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페르시아 만과 남동쪽 아라비아 반도의 오만 만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인 이 곳. 전면적인 군사 충돌에 따른 대규모 인명 피해 등에 부담감을 느낀 이란이 전 세계를 향해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항로 봉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항시 존재하는 곳입니다.
“적이 우리를 방해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도 하지 않는 우리(이란)의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알리레자 탕시리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사령관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은 글로벌 전체 흐름의 20~21%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는데요. 에너지분석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일 평균 원유 물동량은 2050만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죠.
중동 지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 탓에 씨티그룹은 국제 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사실 가자 전쟁이 발발했던 지난해 10월엔 더 심각한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죠. 국제금융센터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시나리오별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단기전에 그칠 경우 배럴당 100달러 이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등 장기전 시 배럴당 100달러 상회 ▷이란의 개입으로 원유 수출이 중단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배럴당 150달러 상회란 국제 유가에 대한 가정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반면, 지정학적 위기의 고조로 인한 일시적 유가 ‘오버슈팅(급등)’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추세적 상승’엔 제한이 걸릴 가능성도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유승민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구간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재점화하며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등 비(比)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증산에 따른 구조적 점유율 확대가 국제 유가 상승폭을 제한할 가능성도 봐야 한다”고 짚었죠.
국제 유가 강세에 정유·조선·플랜트株 투자자는 ‘활짝’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당장의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익을 거두며 웃고 있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증시에선 ‘정유주’로 꼽히는 종목들의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진 상황입니다. 최근 1개월 간(3월 11일~4월 11일) 흥구석유의 주가 상승률이 58.38%에 달했던 가운데, S-Oil(11.16%), 한국쉘석유(5.65%), 극동유화(3.38%) 등의 주가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 덕분에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이어 2분기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 점도 주가 추가 상승세에 속도를 더했단 평가죠.
한국투자증권은 유가 상승과 관련한 수혜주로 ‘조선주’도 꼽았습니다. 대표 종목은 최근 한 달 간 3.65%가 오른 HD한국조선해양인데요.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을 종속회사로 보유 중”이라며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 LNG선 등을 건조한다”는 이유로 수혜주 목록에 담았습니다.
건설주 가운데서도 ‘해외 플랜트’와 관련된 종목들의 경우엔 유가 상승에 따른 단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인도네시아 TIPPI, 사우디아라비아 블루암모니아, 사우디아라비아 NEC(National EPC Champion) 등의 프로젝트 수주가 대기 중인 만큼 추정치 상향도 가능하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의 투자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죠.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둔 상장지수증권(ETN)의 수익률도 급등했는데요. 최근 1개월 간(3월 11일~4월 11일)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의 수는 15개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화학주’의 경우 유가 강세 현상은 오히려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제 마진의 하락 압력이 너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죠.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나프타분해시설(NCC) 마진의 경우 지난 2013~2022년 톤(t)당 471달러를 기록했지만, 작년엔 상반기(226달러)와 하반기(214달러) 모두 예전 수준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올해 1분기 226달러에 이어 4월 1주차엔 235달러로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가 하락세가 오히려 화학주의 매력도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高유가 → 인플레 자극 → 긴축 지속 → 투심 약화 →증시·가상자산 약세
고유가 관련주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에겐 호재일 지 모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는 현재 시점에선 결코 증시엔 긍정적이지 않은 소식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주식시장과 함께 대표적인 ‘위험 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역시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데요.
국제 유가 급등이 최근 수개월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전월 대비 0.4% 상승하며 2월(3.2%)보다 오름폭이 커지고 전문가 예상치까지 웃돈 것은 투자 심리에 충격을 가했단 평가가 나옵니다.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CPI 탓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fewer)’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탓이죠.
미국 연방기금 선물시장의 기대치를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기준금리 전망에서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전 8시 20분 현재 연준이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확률은 81.3%에 달했습니다. 하루 전만 해도 이 확률은 42.6%였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56.1%로 하루 전 25%에서 2배 이상 올랐고요.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최초 금리 인하 시기를 ‘일러야 9월 이후’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초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계절적 영향으로 치부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도 궁색한 변명이 됐다”며 “지난해 말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했을 당시 6개월 정도의 연율화 상승률에 기반했던 점을 감안하면, 첫 금리 인하는 일러야 9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미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 초 인공지능(AI) 투자 랠리에 맞춰 미국과 일본 증시를 연이어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던 종목들이 고금리에 민감한 ‘성장·기술주’였다는 점은 향후 전반적인 주가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국내 증시의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피벗 개시 시점 지연이 현실화할 경우 그동안 급등세를 보여왔던 성장주의 ‘조정장세’는 불가피할 수 있다”고 짚었죠.
중동發 원유 의존도 70% 넘는 韓, 지정학적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
한국의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실제로 나설 경우 겪게 될 산업 전반의 타격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또, 이 때문에 나타날 주요 상장주들의 실적 부진 탓에 금융투자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6.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6년 85.9%에서 2021년 59.8%로 5년간 약 26.1%포인트나 낮아지며 한국의 원유 수입처 다변화 노력은 성과를 거두는 듯 했는데요. 지난 2022년 67.4%에 이어 작년 3분기엔 70% 중반대를 다시 넘어서게 된 것이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장기화 추세를 보이면서 중동 이외 산유국에 대한 원유 도입 경쟁이 심화된 탓”이라고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그만큼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에 따른 급변 사태 발생 시 산업 전반에 미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죠.
눈여겨볼 지점은 같은 시점 기준으로 일본의 대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사상 최고치인 96.5%에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경제 역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죠.
원유가 급등에 따른 생산 원가 상승은 수출 중심 기업이 시총 상위 순위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증시엔 모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의 순매수액(6억3278만달러, 약 8700억원)과 거래건수(19만6325건)를 기록했던 ‘일학개미(일본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행렬을 고려한다면, 일본 주식 시장에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하는 지점인 셈이죠.
지정학적 리스크 극대화로 ‘안전 자산’ 金·銀 ↑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극대화로 인해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은 등 주요 원자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최근 들어 크게 높아진 모양새인데요.
실제로 금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근월물인 6월 금 선물 가격은 12일(현지시간) 기준 온스(oz)당 2400달러 선을 사상 최초로 돌파했습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 주요 상승 요인 중 하나인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 중임에도 금 가격이 이례적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이슈와 인플레이션 우려, 각국 중앙은행과 중국 등의 리테일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중”이라고 분석했죠.
금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은 지난 2021년 기록했던 고점에 아직 미치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은 가격 상승세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N 수익률을 통해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상황입니다. 최근 1개월 간(3월 11일~4월 11일) 수익률 최상위 6개 ETN 종목이 모두 은과 관련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오재영 연구원은 은 가격이 금의 장기적 상승 전망에 동행할 것이라 보지만, 효율성 측면에선 리스크를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선 금 투자가 더 유효한 전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지난 2008~2009년, 2020년 경기 침체 시기에도 금 가격은 ‘저점 방어’ 효과로 인해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은은 경기 침체 시 다른 자산과 함께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금이 최고점을 연일 경신하는 반면, 은이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특징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장기 투자라면 금에 자산을 넣고, 은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한 지 여부를 확인한 후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오재영 연구원의 조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