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예산 정국 ‘협상 카드’ 가능성과
尹 거부권 후 ‘책임 전가’ 시나리오도
[헤럴드경제=박상현·양근혁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원내 1당’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정리가 시행 70일을 앞둔 현재까지 결론 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다가올 예산 정국에서 금투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정리는 국정감사 이후 예산정국과 맞물려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국감이) 사실상 이번 주 종료된다고 보면 그다음 어떤 프로세스냐면 대통령이 예산 관련 시정 연설을 10월 하순에 한다. 일정 협의 중”이라며 “그럼 예산안을 본격 논의하게 되는데 예산 부수 법안도 논의가 된다. 금투세도 내년 세입관련이기 때문에 당연히 (같이) 논의 된다”고 말했다. 이어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앉기 전에는 당 입장이 정리가 돼야 하니까 그런 시점으로 고려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는 당내 토론을 활성화해 논의를 진행해 왔고 여러 의견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당대표께서 시기를 봐서 결단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겠느냐 생각하고 있고, 국감에 총집중해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감 이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에 대한 입장만 밝히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함께 논의해야 할 법안이 있다”며 “상법 등 이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논의를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이같은 시간표는 다가올 예산 정국에서 금투세를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금투세 폐지’는 민주당의 협조가 있어야만 가능한 만큼, 민주당이 이를 통해 연말 예산 정국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는 시나리오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민주당 내부에는 ‘책임 전가’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연말 ‘보완 후 시행’으로 결론을 낸 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이 폐기되면, 해가 바뀌어 시행될 금투세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 돌릴 수 있는 점까지 감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원내 야권 제2당인 조국혁신당마저 ‘금투세 시행’에 대한 목소리를 강력히 내고 있어 이같은 고민엔 더욱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에 정중히 요청합니다. 금융투자소득세 예정대로 실시하고,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검찰개혁4법은 조속히 통과시키자”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조국혁신당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금투세는 당장 빨리하는 것보다는 늦게 하려고 할 것”이라며 “폐지로 가닥을 안 잡으면 여권에서 채가니 저쪽에 카드를 주는 것이고 그래서 시간을 좀 갖고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당내 분란도 많고, 금투세는 어차피 그냥 두면 내년에 시행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 동향을 살피고 연말쯤 폐지하는 걸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