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편입효과 반영 마치려면 최소 2년 걸려
채권과 환율시장 단기 영향력 크지 않을 수도
환율 오히려 뛰어 1370원대까지 다시 올라서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지만 채권과 환율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외국인 자금 유입과 이로 인한 원화 강세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됐던 환율은 오히려 뛰었고, 국고채 가격도 큰 움직임이 없다.
일각에선 이에 WGBI 편입이 장기적으로 채권과 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을 움직일만한 재료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 자금 유입은 내년 하반기가 돼서야 시작되고, 이 또한 채권의 만기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 등 전세계적 불확실성이 비등한 상황에서 WGBI 편입이 시장을 움직일만한 재료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셈이다.
18일 한국은행 런던사무소의 ‘FTSE의 한국 국채 WGBI 편입 발표 및 런던 시장참가자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WGBI 편입의 효과를 인정했지만, 일각에선 실질적인 효과 정도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실질적인 효과 정도는 주요국 통화정책 및 국제금융시장 여건, 국내 펀더멘털 등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8일(현지시간) WGBI 편입이 발표된 이후 원·달러 환율(NDF)는 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하락폭이 오히려 축소됐다.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수요가 늘어 환율이 하락(원화강세)할 것이란 예측과는 반대다.
최근엔 이 흐름이 더 거세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5분 기준으로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가)보다 1.9원 상승한 1370.5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137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8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등 큰 줄기의 경제 흐름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WGBI 편입 재료는 별다른 호재로 소화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고채 금리도 마찬가지 모습이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7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897%에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에 WGBI 편입의 단기적 효과가 시장을 움직일 수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자금유입이 당장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다가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 당장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WGBI 편입이 자금의 유입을 견인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 속도가 어떻게 될 것이냐 그건 확언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돼서 만기가 끝나는 순서에 따라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약 2년은 걸릴 것”이라며 “또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20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이 유입이 어느정도 가격에 영향을 미칠지는 장담하기 어렵고, 곧 미국 대선도 있어서 그 불확실성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이 WGBI를 재료 삼아 많이 들어오는데, 당분간 국채 선물을 매수할 때 재료가 될 수 있고 그러면 현물 금리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채권 강세 재료로 소화가 된다고 보면 되지만, 실제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편입이 시작되는 내년 11월이기 때문에 그런 시차를 감안하면 지금 직접 영향력은 적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WGBI 편입이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려면 외국인들이 WGBI 편입을 가격 상승의 재료로 삼고, 선물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현물금리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당분간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실제 편입까지 상당 기간이 남아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단기간 내 크게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한은의 통화정책, 미 대선 결과 등이 자산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럼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WGBI 편입은 우리나라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500억달러 내외의 자금 유입이 된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채권금리는 10~20bp, 환율은 30~40원 정도 하락 압력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