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측 “소유·경영분리의 첩경” 반대측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신입사원의 꿈인 ‘임원’. 기업체 임원은 군대로 치면 장성급이다. 이들은 조직을 관리하고 중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막중한 권한을 갖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보상도 비례해서 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월가에서 일어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은 과연 임원이나 대표이사가 그만한 보상을 받을 정도로 회사에 기여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임원의 보수를 공개하자는 논의가 일면서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등기이사의 보수 공개제도를 총액 기준에서 개별 기준으로 바꾸고,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과 감사의 연봉을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 등기임원으로 돼 있는 주요 그룹 총수의 연봉도 그대로 보고서에 명시해야 한다. 이를 두고 재계는 임원 보수 공개는 경영 투명성이 아니라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제도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수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는 충족시켜주지만 주주에게 임원 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는 주지 못하는 간접적인 통제 방식에 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한국에서는 주주가 임원 보수한도를 승인하는 등 주주에 의한 직접적 보수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별 기준으로 보수를 공개하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이다.
또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이자 기업의 영업비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반해 임원 보수를 공개하자는 입장은 한국 대기업의 지배구조로 인한 특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창업자 세대를 지나면서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세, 3세가 경영권을 과도하게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반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높이기보다 소유 경영진의 보수를 높임으로써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주주 자본주의의 측면에서도 기업의 매출액보다 기대치 이상의 보수가 책정된 이유에 대해 주주에게 이해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민주화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