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으로 서열 매기고 배우자도 월급으로 선택하고 월급액수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월급많은 곳, 과연 神의 직장인가

요즘 인기리 방영되는 드라마 ‘직장의 신’. 이 드라마에서는 이분법(二分法)적으로 세상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만 있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노동을 하는 근로자에게는 꼬리표가 따라 붙어 있다. 바로 ‘연봉’이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 Y.Jang이라는 기업에서 부장인 황갑득의 연봉은 8200만원, 황 부장보다 나이는 많지만 능력에서 밀린 고정도 과장은 6200만원을 받는다. 남자 주인공일 수 있는 장규직은 입사 5년차이지만 5700만원, 장규직과 입사 동기이지만 업무 능력에 있어서는 떨어진다고 알려진 무정한은 3900만원을 받는다.

이 외에도 여자 계약직 사원들은 1500만~18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 드라마가 대한민국 국민의 공감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디를 가나 ‘연봉’으로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결혼 적령기 남녀는 연봉을 통해 상대 배우자를 선택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한다. 결혼 후 자식을 낳으면 부모가 월급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학교에서 자식들의 자리매김이 이뤄지기까지 한다.

월급에 웃고, 월급에 우는 대한민국의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각 기업의 임원은 신(神)이 믿는(信) 새로운(新) 아들이라 할 수 있다.

국내 200대 기업(매출기준) 가운데 54곳이 지난해 등기이사(상근) 1인에게 10억원 넘는 보수를 지급했다. 연봉에 인센티브를 합친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등기이사 1인당 평균 52억100만원을 지급했다. SK는 1인당 51억81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왔다. 이 수치는 그룹 총수에게 지급하는 연봉까지 포함한 금액을 등기이사 수로 나눈 것이어서, 임원들이 실제 받는 연봉은 이보다 적다. 하지만 임원이 되면 수억원에서 십수억원까지 받는 게 사실이다.

대기업들의 평균 연봉을 봐도 억대 안팎의 고임금을 받는 기업이 많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신한금융지주는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000만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지주는 1억400만원이고 다른 금융지주사도 9000만원대다. 금융회사의 인기가 높아진 비결이다. 30대그룹 주요 기업 중에서는 SK텔레콤이 9880만원으로 억대에 육박하고 현대차와 기아차 남자 직원, LG상사 직원도 9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10년 전인 2003년 기아차 직원의 평균연봉은 4254만원. 10년 만에 기아차 직원들의 연봉은 배 이상 많아진 셈이다. 평균은 이렇지만 실제 많이 받는 사람은 더 많이, 덜 받는 사람은 훨씬 조금 받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런 고연봉 회사와 달리 박봉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많다.

현대차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평화정공 직원들은 지난 2012년 평균 4367만원을 받았다. 평화정공 근로자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현재 직원 수가 5~29인 사이인 기업의 월 평균 급여액은 초과근로수당까지 합쳐 202만원. 연봉 기준으로 하면 2400만원이다.

과연 최고의 직장은 무엇일까.

월급 많이 주면 최고의 직장이 아닐까. 월급 말고 또 뭐를 들이댈 것인가?

자아 성취, 복지, 근로환경, 비전 등을 들이대는 근로자들도 있다. 그러나 결국 ‘연봉’에 있어 근로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지금 당신의 이마에는 ‘4598계(연봉 4598만원 계약직)’라는 흐릿한 코드가 새겨져 있다.

2013년 현재를 사는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모습이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