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셋값 급등으로 시작된 임대 시장의 급변을 두고 장기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세계 유일의 전세 제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점차 임대 시장의 주축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경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는 게 불가피한 만큼 적정 가격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볼 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대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인 데에 따른 주택 매매 시장의 위축을 지목한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전세 가격이 지난 2009년 이후 계속 상승하는 것은 매매가격 하락에 대한 반대 심리로 임대 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회복을 못하면서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우려로 내 집 마련에 나서길 꺼리는 상황이다. 이어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아 은행 이자를 받거나 매매차익을 노리는 게 한국의 임대 시장을 유지해온 뼈대였다면서, 하지만 최근 금리가 낮아지고 매매가격도 안 올라 원하는 수익이 나지 않자 반전세나 월세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 면에서 수도권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입주물량이 크게 늘지 않고, 분양도 되는 지역 외에 미분양 우려로 인ㆍ허가 실적이 줄어든 점이 최근 전세난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은 “우리나라에 전세 제도가 생겨난 것은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때에 주택을 사면 집값이 올라 자산 이익을 볼 수 있었고 전세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 저축 성격이 있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득이 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이 주춤하면서 시장이 전세보다는 월세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 임대 시장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미 광역시 등 지방은 전세보다 보증부 월세 비중이 높다”면서 “최근 상대적으로 전세 비중이 높은 수도권으로 그러한 변화가 전이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지방처럼 수도권 지역도 전세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비싼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전세 수요가 많은 강남을 비롯해 집값이 오르거나 개발 수요가 높은 곳에 한해 전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조 팀장도 “임대 시장이 전세 위주에서 전ㆍ월세가 공존하는 쪽으로 이미 옮겨가고 있고, 서서히 월세 비중이 좀더 늘어나는 추세로 바뀔 것”으로 봤다.
그렇다면 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에 대비해 무조건 전세 시장에 머물기보다는 내 집 마련에 나설 것을 권한다.
노 연구원은 “전세 수요자에 대한 대출 위주의 금융 지원 정책이 일시적으로 주거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이것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며 “지금처럼 전세 공급이 줄거나 보증부 월세 위주로 임대 시장이 바뀌면 세입자 입장에선 어느 쪽이든 주거비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세 세입자 중 계약을 연장해서 관망하는 수요자들이 있는데 현 주택 가격이 바닥권인 만큼 무리한 대출은 피하되, 적정한 가격의 집 구입을 시도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 팀장도 “저축으로 모을 수 있는 소득보다 전세 가격이 더 오르는 양상이어서 본인 수준에 맞게 집값이 많이 내려간 지역에 내 집 마련을 해보거나 유망 분양 시장 청약에 나서볼 때”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계속 전세 시장에 머물기로 했다면 최근 입주량이나 공급량이 많은 지역을 찾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할 수 있도록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