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업계 대응전략은…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영은 최근 분양한 서울 강남 보금자리지구 오피스텔 ‘강남 지웰홈스’의 계약자를 위해 임대 알선 및 임대료 수납 등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보통 오피스텔 계약자가 직접 임차인을 모집해야 하지만 신영은 임대 알선 등 임대 대행 서비스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 채정석 신영 이사는 “임차인 모집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고 5.5% 확정 수익을 제공하니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부담도 사라져 계약률이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수익형 부동산이 뜨면서 ‘기업형 주택 임대관리’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임차인 모집이나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개인 임대 사업자에게 체계적인 임차인 모집 노하우와 전문적인 임대관리 기법을 총동원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주택 임대관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업형 주택 임대관리업체도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국내 주택관리업체인 ‘우리관리’가 지난해 말 일본의 임대주택 서비스 제공업체인 레오팔레스21과 공동으로 ‘우리레오PMC’를 설립했고, KT도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일본의 다이와리빙과 손잡고 ‘KD리빙’이라는 업체를 만들었다.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과 청솔자산관리, 메이트플러스 등이 참여한 ‘한국부동산관리’도 만들어졌다. 이들 업체는 향후 국내 주택 시장이 매매 위주에서 임대 위주로 바뀔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주택 임대관리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기영 한국부동산투자개발연구원장은 “일본에는 임대주택의 85%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고, 이 중 임대관리업체가 관리하는 주택은 80% 수준인 900만가구 정도나 된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임대관리업이 시작 단계지만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제자리걸음을 걸으면 임대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주택이 이제는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 많은 사람이 소유보다는 임대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주택을 보유할 경우 보유세 등 세금 부담까지 생겨 집을 소유하는 메리트는 점차 사라진다”고 말했다.
임대 시장 성장은 다양한 관련 산업을 성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시장이 매매 위주에서 임대 중심으로 바뀌면 주택 건설, 분양,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주택산업 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론 기존 주택을 활용한 사업, 주거 기능을 지원하는 서비스 사업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래 주택산업 전망과 발전 방안’ 보고서에서 앞으로 주택산업은 아파트 개발, 건설, 판매 중심에서 주거 서비스(주택 임대, 관리, 유통, 생활 서비스), 재고 주택 활용(재건축ㆍ리모델링ㆍ리폼 등 보수 유지 서비스), 주거 환경 개선(환경 정비ㆍ커뮤니티ㆍ생활 인프라 조성 등) 등의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주택산업도 주택 수요자의 주거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주택업체들은 앞으로 주택 수요자들의 생활 여건과 취향 등을 고려한 다양한 임대주택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새로운 형태의 임대 서비스 사업도 늘어날 것”이라며 “주택 임대 시장에서 진행되는 커다란 변화에 대응하는 주택업체들만이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