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고층 빌딩 건설 현황은
지난 수년간 한국 건설업계에 불었던 마천루 경쟁 바람이 최근 들어 차갑게 식고 있다. 주요 초고층 건물 건설 사업 대부분이 사업성 악화로 난항을 겪으며 좌초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중단으로 사업 자체가 전면 백지화된 ‘트리플원’(111층, 620m)이 대표적이다.
트리플원은 단군 이래 최대 도심 개발 사업으로 불리던 용산 개발 사업에 따라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서게 될 랜드마크 빌딩으로, 완공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에 등극하게 돼 세간의 관심이 쏠렸었다.
2017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부동산 경기 불황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용산 개발 사업이 추진 6년 만인 지난달 끝내 마침표를 찍으면서 트리플원 건설계획도 완전히 무산됐다. 한때 사업 추진을 위해 층수를 80층으로 낮추는 건설비 절감 안까지 나왔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빌딩을 목표로 추진됐던 ‘라이트타워’(133층, 656m) 건설 사업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애초 총 사업비 3조7000억원을 들여 오는 2015년까지 133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을 짓기로 하고 2009년 기공식까지 가졌지만, 시행사인 서울라이트타워 측이 사업 규모 축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업이 좌초됐다.
또 2015년까지 송도국제도시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초고층 쌍둥이 빌딩 ‘인천타워’(151층, 587m) 건설 사업은 2008년 착공식을 한 이후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경제 침체로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고 미분양 위험이 커지면서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경제청이 사업 시행을 맡은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 측과 사업성 개선을 위해 층수를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공사에 착수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는 2016년이면 국내 최고(最高) 건물이 되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는 예정대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공 초부터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올 2월 메가 기둥 균열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데 이어 6월에는 건설 현장에서 구조물이 떨어져 근로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전국에서 초고층 건물이 제일 많이 들어선 부산의 마천루 사업은 교통대란과 안전 문제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 해운대의 경우 101층 규모의 랜드마크 건물과 85층 주거타워 2개동으로 이뤄진 ‘엘시티’와 39층 규모의 세가사미호텔이 새로 입주할 예정이다. 그러나 유동인구 증가에 대비한 교통망 확충이 뒷받침되지 않아 향후 교통난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현재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와 엘시티 등이 완공될 경우 한국의 초고층 빌딩 순위는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부산 해운대의 ‘두산 위브더제니스타워’(80층, 301m)다. 하지만 2016년엔 롯데월드타워에 선두 자리를 내줘야 한다. 2018년 완공 예정인 엘시티(411m)가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게 된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