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미니앨범‘ 투 어스’낸 주윤하
가사만으로 하고픈 이야기 전달 록밴드때 음악과 철저히 차별화
온라인·오프라인재킷 따로 제작 CD구입 팬들에 또 하나의 선물
싱어송라이터 주윤하의 새 미니 앨범 ‘투 어스(To Us)’는 CD를 집어드는 순간부터 당혹감을 준다.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앨범의 재킷 이미지와 실제 CD의 재킷 이미지가 달라 다시 한 번 앨범의 주인공을 확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적지 않은 팬이 음반매장에서 혼선을 겪었다. 주윤하는 모던록밴드 ‘보드카레인’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던 당시와 비교해 솔로 앨범에선 지극히 절제된 음악으로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다. 그러나 절제 속에서도 앨범 재킷 같은 재기 발랄함이 번뜩인다. 주윤하를 최근 헤럴드경제 부근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윤하는 “온라인이 음반 시장의 대세지만 공들여 녹음한 곡의 음질을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떨어뜨리고 앨범의 아트워크를 조악한 섬네일 이미지로 축소해 무의미하게 만드는 등 대중음악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왔다”며 “정성들여 앨범을 만드는 일이 난센스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온라인으로 보이는 부분은 ‘주윤하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리는 정도면 족하다고 여겼고, CD를 직접 구입한 팬들에겐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발매 소감을 밝혔다.
앨범엔 더블 타이틀곡인 ‘끝인사’와 ‘사랑의 섬광’을 포함해 지난 9월 싱글로 선공개된 ‘가을의 시작’ ‘쉘위댄스’ ‘오해’ 등 이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한 필치로 그려낸 6곡이 담겨 있다. 주윤하는 작사ㆍ작곡ㆍ편곡ㆍ프로듀싱을 비롯해 피아노ㆍ나일론 기타ㆍ콘트라베이스ㆍ일렉트릭 베이스 연주까지 직접 맡아 ‘원맨밴드’를 방불케 하는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주윤하는 “ ‘끝인사’는 올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곡, ‘쉘위댄스’는 미운정과 고운정이 다 든 오래된 연인들의 씁쓸한 이별에 대한 곡, ‘사랑의 섬광’은 우리 모두 별처럼 빛날 수 있는 존재들인데 사랑을 만나지 못해 반짝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내용을 담은 곡”이라며 “이별과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대방이 존재해야 가능한, 즉 ‘우리’라는 개념 안에서 비로소 성립할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에 앨범 타이틀을 ‘투 어스’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주윤하는 이번 앨범을 3부작 미니 앨범의 첫 작품이지만 앞으로 발표될 2장의 미니 앨범과 묶어서 정규 2집으로 봐달라고 주문해 기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주윤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앨범 재킷을 따로 만드는 재미있는 시도처럼 미니 앨범 3장을 하나의 앨범으로 묶는 것도 일종의 새로운 시도”라며 “3장의 미니 앨범이 모두 세상에 나와 정규 2집의 모습을 갖춘 뒤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향후 발매될 2장의 미니 앨범엔 이번 앨범과는 달리 댄서블 록 등 리듬감을 강조한 음악이 실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밴드활동과 솔로활동의 차이에 대해 주윤하는 “밴드활동 시절엔 곡 중간에 무언가 터트려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솔로로 나선 이후엔 가사와 목소리만으로 하고픈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담백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 즐겁다”며 “밴드 멤버들과 함께할 때보다 외롭지만 결과물을 온전히 내 의도대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솔로활동의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주윤하는 내년 1월 5일 서울 합정동 카페 ‘토끼굴’에서 50명의 팬을 한정으로 초청해 음악감상회를 개최하고, 2월 22일 서교동 ‘벨로주’에서 단독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김목인, 연진, 몬구, 이영훈 등 동료 싱어송라이터와 함께 집필한 산문집도 내년 2월께 출간된다.
주윤하는 “여성 보컬을 의도하고 만든 곡들이 많은데 장윤주, 연진, 윤하 등 다양한 여성 뮤지션과 작업하며 윤종신 선배처럼 프로듀서로도 활동해보는 것도 음악적 목표”라며 “보드카레인 활동 시절 공교롭게도 스케줄이 매번 틀어져 ‘유희열의 스케치북’ 무대에 한 번도 서지 못해 아쉬웠는데, 기회가 되면 프로그램에 출연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