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격전지 전남 영광에서 혁신당·진보당 저지
텃밭 사수에 ‘사법리스크’ 당분간 수면 아래로
“호남은 이재명의 리더십을 의심하지 않는다”
기세몰아 대여공세 강화…김건희특검 재발의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남 영광·곡성군수를 뽑는 재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대권주자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부상으로 당내 불안을 야기했던 영광이 끝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더욱 견고해졌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호남 사수에 성공한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등 대여공세 수위를 올리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7일 자정이 넘은 시각 10·16 재보궐선거 최종 결과가 나오자 ‘민심 받들어 민생회복에 정진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그는 “이번 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정권의 퇴행을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며 “지역 곳곳에서 주민의 삶을 바꿔내는 실적과 성과가 쌓여갈수록 우리 민주당이 국민의 더 큰 사랑을 받는 유능한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본산인 호남을 지켜내면서 그간 거론돼온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11월 위기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재선거 결과에 대해 “호남은 이 대표의 리더십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영광의 경우에도 공천 이후 지역에서 후보에 대한 안 좋은 인식들이 있어서 혁신당과 진보당 지지율이 예상 외로 높게 나왔던 것”이라며 “원래라면 더블 스코어로도 이겼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전남 영광은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인식돼왔지만 이 대표의 입장에서 야당 간 3파전이 치러진 이번 군수 재선거 승리는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정치적 최종 목표인 대선 승리를 얻어내야 하는 이 대표에게 호남의 압도적 지지 기반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조국 대표 등 혁신당 인사들이 10·16 재보궐선거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월세살이에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이면서 영광은 야권의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선거 막판에는 바닥민심을 다져온 진보당 후보의 지지율이 1위를 기록하는 여론조사가 발표되기도 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듭 제기됐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직접 4차례 방문해 정권심판론 띄우기에 나섰던 부산 금정에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있었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민주당이 당선된 사례가 전무한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여권의 반복되는 당정갈등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이 지속되자 민주당은 부산 민심 얻기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PK(부산·경남)는 쉽지 않은 곳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인재를 새롭게 발굴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자신의 SNS에 “부족했다. 윤석열 정권의 참담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부산 시민들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며 “우리 민주당은 더 겸손해지겠다. 국회 다수당에게 정쟁보다는 국민의 삶이 우선이어야 한다. 우리 민주당이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정권심판론 강화를 위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에는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을 수사대상으로 추가한 새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