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승부처 호남, 민주당 벽 못 뚫어

영광에선 진보당에 밀려 3위에 그쳐

후보단일화한 부산은 국민의힘 승리

이번엔 ‘조국 매직’ 없었다…‘0득점 0도움’ 첫 지역선거 [이런정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조국혁신당이 총선 이후 첫 지역선거에 나선 10·16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영광과 곡성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패배하며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깰 첫 관문을 넘어서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과 전격 단일화를 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마저 국민의힘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혁신당의 이번 재보선 성적표는 ‘0득점 0도움’에 그쳤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재·보궐 선거에서 저희는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 정치와 행정의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다. 3월 3일 창당하고 7개월 만의 첫 지역 선거였다”며 “처음으로 직접 지역 후보를 내고 거대 정당과 겨뤘다”고 했다.

이어 “당 대 당 혁신 경쟁, 후보 단일화, 선택과 집중 등 창당 때부터 일관되게 주창한 협력과 경쟁의 원칙을 실제 적용했다”며 “첫술에 배부르겠나. 모두 전국 정당, 대중 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혁신당은 이번 재보선을 준비하며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득표율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을 앞섰던 전남 지역에 조 대표가 직접 ‘한 달살이’를 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조 대표는 선거 초반부터 ‘호남 홀대론’과 ‘고인물론’을 내세워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 나섰고, 당 차원에선 각 지역을 국회의원들이 직접 담당하는 ‘책임 전담제’까지 도입했다. 비록 기초단체장 선거이지만 지역구 없이 비례대표 의석만 가진 혁신당 입장에선, 이번 호남 선거가 제2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키울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 전남 곡성과 영광 모두 민주당이 승리를 거머쥐면서 혁신당의 첫 지역 선거는 ‘호남 맹주’ 민주당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났다. 특히 영광에선 ‘진보당 돌풍’마저 불며 혁신당 입장에서 더욱 위태로운 선거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곡성군수 재선거는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5.26% 득표율로 2위인 박웅두 혁신당 후보(35.85%)를 꺾었고, 영광군수 재선거 또한 장세일 민주당 후보(41.08%)가 당선됐다. 영광군수 선거의 경우, 장현 혁신당 후보(26.56%)가 이석하 진보당 후보(30.72%)에 밀려 3위에 그치기까지 했다. 전남 영광은 재선거가 치러진 4곳의 지역 중 가장 높은 투표율(70.1%)을 기록한 곳으로, 당원 수백명이 내려와 쓰레기를 줍거나 농사일을 돕는 진보당의 ‘바닥 훑기’ 전략이 표심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역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조 대표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민주당의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한 뒤 이룬 후보 단일화마저 빛이 바랬다. 조 대표는 이날 최고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 금정에서 어렵게 일궈낸 야권 단일 후보도 승리하지 못했다. 특별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