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보고서
지난 10월 11일, 사상 처음 달러당 84루피 돌파
주원인은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 유출 확대’와 ‘유가 상승’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대표적인 통화 약세국 ‘인도’에서 지난 10월 11일 달러 대비 루피 환율이 사상 처음 84루피를 돌파했다. 인도에서 84루피는 통상 인도 중앙은행(RBI)의 개입 경계선으로, 이 수치를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개입한다. 증권가에서는 높아진 인도 환율의 원인으로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 유출 확대’와 ‘유가상승’을 꼽았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통화 약세국’ 인도에서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가 지속 하락하는 이유는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인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평균 5~6%로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무역적자 역시 1980년대 이후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며 상황을 분석했다.
달러 대비 환율이 오를수록 해당 통화 가치는 떨어진다. 김 연구원은 현재 루피화 가치가 최저치를 기록한 주원인으로 먼저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의 순유출액 확대’를 꼽았다. 그는 “9월 말 인도 증시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부양책과 중동 분쟁 등 대외 요인들의 발생이 차익실현 빌미를 제공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외국인들은 10월(14일 기준)에만 주식에서 올 한해 순매수액의 절반 이상인 74억 달러를 순매도했고, 5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온 채권자금 역시 4억 달러 순매도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유가상승을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인도는 글로벌 3위 원유 소비국이자 글로벌 2위 원유 수입국”이라며 “회계연도(FY) 2024년 기준 원유 수입 의존도는 87.7%로 매우 높은 수준인데 10월 초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통화 약세 압력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인도가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보이자 “인도 정부가 내수경기 진작과 환율 방어 중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둘지 확인하기 위해 12월 통화정책회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루피화의 미래에 대해 “10월 4일 기준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환율 방어 능력은 충분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 또한 지속 유입되고 있어 루피화 가치 하락 추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