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유혜림·유동현·김민지 기자] 한국거래소가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기업 상당수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시장의 지적에 대해 ‘구성종목 변경’ 카드를 들고 나왔다. 거래소가 각계 의견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연내 이 같은 작업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한 데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거래소의 유연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과 지수의 신뢰성을 처음부터 훼손하는 것이란 비판적 의견으로 나뉘었다.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밸류업 지수 종목 변경은 연말까지 적극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편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면서 “밸류업 이행 계획을 공시하는 것은 물론, 공시 예고 역시도 특례를 적용해 밸류업 지수에 편입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이자 밸류업 수혜주로 꼽혔던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와 KT 등 통신주가 이번 지수에서 빠진 것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거래소는 “KB금융지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나금융지주는 PBR 요건에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예상과 달리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산업 및 시장 대표성, 지수 내 비중, 최근 실적 및 향후 전망치 등을 종합 고려해 지수에 포함했다며 향후 공개될 방법론에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 관련 학계에선 거래소가 자신들이 내놓은 결과물에 대해 이어지고 있는 시장 참여자들의 비판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신속하게 변화하는 모습에 우선 큰 점수를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각 종목의 선정 및 탈락 이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름의 설득력 있는 이견이 계속 나온다면 원안을 고집하기보다 신속하게 시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오는 11월 중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하기 전 최대한 빠르게 수정 내용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도 “공식 발표 후 곧장 리밸런싱을 하는 자체가 문제”라면서도 “처음으로 밸류업 관련 지수를 만든 만큼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대로 끌고 나가기보단 조속한 시일 내 리밸런싱하는 모습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교수는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이 많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연말까지 밸류업 공시에 나서는 기업들이 지수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밸류업 지수의 기본 취지에 보다 더 부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밸류업 지수 연내 리밸런싱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해당 지수를 토대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 운영하게 될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나왔다.
국내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도입 취지보단 초기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이미 시장 내에서 아웃퍼폼하고 있는 기업들을 더 많이 담으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국내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 자체가 ‘시장 대표성’에 너무 큰 방점을 둬 지수 방법론상 포함해서는 안되는 종목까지도 편입했다고 비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아직 지수가 공식적으로 나오기도 전부터 리밸런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지수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연말까지 밸류업 지수 종목에 대한 리밸런싱을 실시하더라도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나 투자에 나설 기관, 개인 투자자들에겐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국내 C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출시한 ETF 상품들의 경우 분기, 반기마다 리밸런싱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올 연말을 기준으로 리밸런싱을 한다면 분기별 리밸런싱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충격 역시 최소화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 24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해 처음 소개하면서 매년 6월 한 차례 지수 리밸런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