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아베노믹스 계승 뜻 밝혀
아베노믹스 핵심은 금융완화·재정지출·성장전략
日 기준금리 0.25%…15년 중 최고 수준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후임자가 오늘 결정된다. 역대 최다인 9명의 후보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가운데,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를 노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 될 경우 아베 전 총리의 재정 확대 경제 전략인 ‘아베노믹스’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은 27일 보고서를 통해 변곡점에 놓인 일본 경제에 주목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금융완화·재정지출·성장전략 3개의 화살 성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은 무제한 양적 완화를 통한 엔화 약세를 추구하며 대기업·수출 중심 기업 경기 회복을 기대해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 급등에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높아진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피 기대 대비 가계 구매력 위축 등 엔저 부작용이 부각되고 비자금 스캔들까지 더해지며 자민당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베노믹스는 효과와 부작용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먼저 아베노믹스 효과로 ▷디플레이션 탈피 ▷수출 증대 및 기업 이익 개선 ▷자산가격 회복 및 수익 증대 3가지를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1990년대 부동산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하며 고령화, 정부 정책 실패 등으로 악순환이 지속됐는데 초저금리 유지 및 무제한 양적완화정책 시행으로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고 이는 엔화 약세로 전환돼 디플레이션 탈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화 약세로 상품 수출 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출 등 해외 관광객 유입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아베노믹스 효과로 상승한 주가에도 주목했다. 그는 “버블 붕괴 이후 가격 하락이 지속되던 부동산 경기의 회복과 소액투자 비과세제도인 NISA 도입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했고 엔화 약세로 일본 내국인의 외화투자자산 가격도 상승하며 해외투자비중을 늘린 일본공적연금(GPIF) 수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반면 엔저 부작용은 ‘기업 대내투자 부진’과 ‘낮아진 가계 구매력’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일본 기업들 간 이익 차이를 견인했다고 봤다. 그는 “일본 내 생산 비중이 높은 내수기업들은 수입 물가 상승에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소기업의 경우 채용 여력 부족 이슈까지 더해져 기업 파산이 증가한 반면 수출· 대기업은 이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기업 이익 증가 →대내투자 증가 →고용 및 임금 증가→소비 증가의 선순환이 어려운 실정을 짚었다. 현재 일본 기업은 대내투자 보다 해외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가 결국 물가 상승을 견인한다”며 “임금은 상승했지만, 물가 부담에 실질임금은 낮은 수준으로 고령화로 무직 가구 비중도 높은 일본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은 엔저 부작용을 탈피하고자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0.25%로 15년 중 최고 수준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다.
이 연구원은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금리인상이 점진적이더라도 미국의 금리인하에 엔고가 될 수 있는 환경과 일본 내국인의 엔캐리 자금이 잔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제로 금리에 가까운 금리로 돈을 빌린 다음 그 현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 전 세계의 고수익 자산으로 재배치하는 걸 의미한다.
이어 그는 “내년 말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해외투자자산의 금리 매력도와 엔화 강세로 헤지 비용이 감소할 것을 감안해 8월 초 같은 대규모 청산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