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모건스탠리, 너무 악의적인 보고서를 낸 것 같은데.”(온라인 주식거래앱 커뮤니티)
“저점에 싼 가격으로 주식 산 사람들이 중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이라 믿습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
외국계 대형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반토막’ 이하로 크게 낮춰 잡으며 촉발한 SK하이닉스 주가 급락 사태에 대해 국내 증권가에선 과매도 상황으로 판단하며 대규모 공급과잉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공급 과잉이라면 왜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서 추가로 공급을 받으려 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또한 범용 메모리가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수출이 어려운 중국이 부진한 국내 소비에도 무리하게 증설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라고 지적했다.
HBM 수요가 기대치보다 약하고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로 범용 메모리 공급과잉이 초래될 수 있다는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반박한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하향했다.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스마트폰·PC 수요 감소에 따른 일반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을 이유로 제시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로 공급과잉이 초래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황 연구원은 “분기 2조원 수준의 적자를 기술적 한계와 극심한 규제, 수출이 막힌 기업이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공급과잉 우려는 가능하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인공지능(AI)을 위한 제품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이 품질을 제시간에 개선할 수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종가 기준 6.14% 급락한 SK하이닉스 주가는 과매도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했다.
황 연구원은 “시장의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일 경우 시장은 항상 다운슈팅을 하기에 주가의 적정한 수준을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12개월 선행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16배의 현재 주가는 과매도 상황이고 조만간 현재 문제가 되는 공급과잉의 과정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의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윤곽을 보이는 11월 이후에는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 조정을 이어갔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28만원에서 23만원으로 17.86% 하향 조정했다. 류 연구원은 “투자의견은 매수(Buy)를 유지하지만 실적 하향과 밸류에이션 변경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조정했다”면서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 지연과 성장률 둔화로 인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인공지능(AI) 이외 사업에 대한 수요둔화와 비수기 진입에 따른 단기 모멘텀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감안하면 최근 하락은 과도하다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워보다 11.5% 하향 조정한 23만원으로 제시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대선 불확실성 등의 매크로 이슈를 고려해 밸류에이션을 13.6% 내려 잡은 것이 이유라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HBM 전환 투자로 인해 올해 D램 수요는 공급을 초과할 전망이며 낸드도 솔리다임이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eSSD 수요가 증가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될 것”이라며 “AI 반도체의 중장기 성장성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