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맞은 푸바오, 말랐지만 다시 활기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가족을 고향인 경기도 용인에 두고, 홀로 사천성 외가에서 생활하고 있는 푸바오는 이번 추석을 잘 보낼까.
사람 처럼 ‘객지의 명절’이라는 심상을 판다에게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할지 몰라도, 푸바오를 찾아가는 팬들로선 측은지심이 여느 때 보다 클 수 밖에 없다.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13일치 각종 공개영상을 보면,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활기차게 왔다갔다 하며, 여성 사육사가 가져다 주는 싱싱한 대나무와 죽순도 잘 먹는 모습을 보였다.
주지하다시피 짧게는 20일전, 길게는 두달전 부터 푸바오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배고프다고 내실 문을 두드리는 모습, 이웃집 판다와 썸타는 모습, 용모가 다소 지저분해진 모습, 강철원 할부지를 떠나 보낸 뒤 얼굴을 풀밭에 파묻고 안타까워하거나 관객들 중에 혹시 ‘그 분’이 있는지 두리번 거리는 모습 등이 SNS 영상을 통해 비쳐졌다.
20일 전쯤인 8월말~9월초에는 푸바오에게서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 보였다.
중국 접객업소 스태프 혹은 임금 앞에 선 신하 처럼, 두 팔을 모으고 서서 ‘쎄쎄(謝謝)’라고 조아리듯 연신 고객를 끄덕이며 인사하는 모습 때문에, “가혹행위에 의한 근거리 비밀접견 훈련” 의혹이 일면서, 한중 양국 팬들 사이에 큰 파장이 일었고, 판다기지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헤럴드경제 9월2일자 ‘푸바오 두손 모으고 서서 인사 반복..비밀접객 가혹훈련 의혹’
그 즈음은 판다기지 당국의 ‘위임신(실제가 아닌 임신 처럼 보이는 유사 증세)’설 발표, ‘혼기가 차기 시작한 판다에게서 보이는 생리적, 신체적 변화설’ 발표로 잠시 논란이 빚어지던 때였다.
아울러, 푸바오에게 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물의 고의적 제공 의혹, 음식 통제를 통한 푸바오 길들이기 의혹 등이 있었고, 급기야 접객 돈벌이를 위한 압박훈련 의혹까지 제기됐던 것.
이 무렵, 남자 사육사가 불러도 대답없이 야외 침상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푸바오의 태업’ 모습, 퇴근시간 조차 무시하며 내실 아닌 방사장에서 몇 차례 밤을 지샌 흔적 등이 팬들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시진핑 정부의 판다기지 감사 필요성 목소리까지 나오던 9월초, 판다기지 푸바오 생활거처 인근에선 중국 공안의 차량이 목격돼, 판다기지의 탈법적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푸바오 방사장에 축축늘어진 죽순만이 비치되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싱싱한 죽순이 약속된 장소에 놓여져 푸바오가 냉큼 집어가 먹는 모습, 한층 활발해진 모습으로 활보하는 모습이 최근 일주일 동안 SNS 영상을 통해 비쳐졌다.
한국에 강철원-송영관 주키퍼(사육사)외에 오승희 이모가 함께 푸바오 일가족을 돌보듯, 중국에도 주키퍼 2인 이상이 조를 이뤄 판다들을 돌보는데, ‘접객을 위한 가혹 훈련’ 의혹이 제기된 직후, 여성인 ‘왕 사육사’가 부쩍 많이 등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달라졌다.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12~13일, 왕 사육사는 밝은 표정으로 방사장 안으로 과감히 진입해 싱싱한 대나무와 먹거리를 푸바오에게 가져다주고, 푸바오는 이 대나무들을 좍좍 능숙하게 찢어 맛있게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방사장을 다니는 모습도 8월~9월초 모습과는 달리 활기찼다.
다만, 13일 영상에서는 부쩍 살이 빠진 푸바오의 골격이 드러나 ‘각진 골반’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팬들의 모습이 담겼다. 혼인을 해서 건강한 2세를 낳아 키우려면 좀더 건강해야 하는데, 너무 말랐다는 팬들의 걱정이었다.
한편 국내 팬클럽은 주한중국대사관, 국회, 외교통상부 등에서 차량 전광판 메시지 시위를 하거나, 1인 시위를 벌이면서 판다기지의 환경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제가 정치-경제-사회 이슈가 아닌, ‘푸바오’ 혹은 동물보호인 만큼, 문화행사 같은 포맷의 메시지 전달이었으면 더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