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캐피탈·HMO 합자사와 계약 체결
1조1000억원 빅딜
[헤럴드경제=김성미·노아름·심아란 기자] 삼성SDI가 전자재료사업부문의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한다.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로 자동차용 2차전지 투자 확대에 나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한국 청주, 중국 우시에 생산시설을 둔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매각한다.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는 NY(Nuoyan)캐피탈과 HMO의 합자사다. 매각 금액은 1조1000억원이다.
삼성그룹은 대체로 매각주관사 없이 자체적으로 딜을 진행함에 따라 직접 현지에서 원매자들에게 인수 의사를 태핑해 협상을 진행했고 이같은 결실을 맺게 됐다.
2016년 설립된 NY캐피탈은 디스플레이, 스마트 자동차, 반도체 등에 투자, 40여개 관계사를 운영하고 있다. HMO는 NY캐피탈 산하의 관계사로, 2014년 설립돼 편광필름을 제조 및 판매하는 회사다.
삼성SDI는 "사업 양도 방식을 통해 편광필름 사업 일체를 이전하는 것으로, 국내 청주 및 수원사업장의 편광필름 제조 및 판매 등 사업 일체와 우시법인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광필름은 패널에서 액정과 조합해 전기 신호에 따라 빛을 차단하거나 통과시키는 광학필름이다. 화소 밝기를 조절하고 색을 재현한다.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중국 우시법인만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우시법인은 2019년 647억원에 이르던 순이익이 지난해 308억원까지 감소했다. 결국 경쟁사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짐에 따라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중국의 화학소재업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들이 삼성SDI 편광필름 사업 인수에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 규모가 작지 않은데다 앞선 기술력을 갖추고 꾸준히 흑자를 내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시장에서는 삼성SDI의 편광필름 사업 매각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편광필름은 주로 LCD에 사용되는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사업성은 떨어지는 추세다. 핵심 매출처였던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철수하면서 삼성SDI 고객에도 공백이 생겼다.
실제로 전자재료 사업부의 외형도 축소되는 추세다. 지난해 연결기준 해당 사업부 매출은 2조3022억원으로 전년대비 10%가량 줄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조1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억원 감소했다. 편광필름의 경우 올림픽이라는 비경상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대형 패널 중심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커졌으나 사업부에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삼성SDI는 사업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우위를 점하는 대형 LCD용 편광필름과 OLED용 편광필름 제품화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중국 편광업체의 활발한 증설이 진행 중인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과잉 시장 구조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사인 LG화학은 일찌감치 LCD용 편광판 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중국 업체 대비 가격 측면에서 열위한 상황에 놓이자 2020년 해당 사업부 매각을 결정했다.
LG화학 LCD용 편광판 사업을 가져간 곳은 중국 화학 소재회사인 산산(Shanshan)이다. LG화학은 산산과 3 대 7 비율로 합작회사를 설립한 후 LCD 편광판 사업을 이관한 다음 보유 지분을 산산에 처분하는 방식으로 해당 사업을 접었다. 당시 매각가는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책정됐다.
매각 당시 LG화학의 LCD 편광판 사업부 총 수익은 1조3126억원이었으나 비용이 1조1100억원에 달했다. 영업활동에서 2000억원 안팎의 순현금은 발생했으나 조 단위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현금부족분은 외부 재무활동으로 채워야 했던 만큼 LG화학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했다.
4년 전과 비교해 편광필름 시장의 공급과잉 구조가 한층 심화돼 있는 점은 삼성SDI 사업부 매물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다만 삼성SDI는 OLED 편광필름 기술도 갖추고 있어 LG화학보다 높은 밸류가 기대되고 있다.
삼성SDI의 편광필름 사업은 제일모직 시절 시작됐다. 제일모직이 삼성SDI에 합병되기 이전인 2007년에 편광필름 전문업체 에이스디지텍 지분 23%를 654억원에 인수한 게 출발이다. 이후 제일모직은 2011년 에이스디지텍을 흡수합병했다. 2014년 제일모직이 삼성SDI에 합병되면서 현재 전자재료 사업부 안에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