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재정 감사·개혁 권고안 예고
트럼프 “정부 효율위 위원장에 일론 머스크”
2022년까지 앙숙이었던 트럼프-머스크…SNS서 서로 비방 나누기도
머스크, 반(反) 노조 기조 트럼프와 일맥상통…전기차 보조금 폐지 수혜도 기대
트럼프, X 복귀 등 홍보 효과 기대…기부 수익금도 ‘두둑’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그의 빠른 회복을 희망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수년에 걸쳐 머스크와 우호적이었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연방정부 전체의 재정 및 성과를 감사하고 과감한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 효율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머스크 CEO를 임명할 계획이다. 그가 위원회를 이끄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머스크 CEO는 SNS에 “기회가 생긴다면 미국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 급여나 직책, 인정도 필요하지 않다”며 동의했음을 알렸다.
최고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이들은 이번 대선 전까지 만해도 ‘앙숙 관계’였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정치 집회 등에서 상호 비방을 일삼았다.
민주당 지지자에서 공화당으로…트럼프와 반(反)노조 한마음
머스크는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이후 줄곧 민주당 지지자였다. 갑자기 트럼프 편에 서게 된 것은 조 바이든 정부의 친노조 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머스크는 자신이 거느린 기업에서 파업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등 반(反)노동자 태도를 보여왔다.
재임기간 반노조 정책을 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엑스에서 중계된 머스크와의 대담에서 그를 “위대한 해고자(the cutter)”라며 칭송하며 노동자의 파업할 권리를 부정했다. 그는 “그만두고 싶은가?”라고 물은 뒤 그들이 파업을 하면 ‘오케이, 당신들은 모두 해고야’라고 말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웃음으로 수긍했다.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도 머스크에겐 오히려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미국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테슬라가 시장 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7월 23일 테슬라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가능성과 관련해 테슬라보다 경쟁업체들에 큰 충격이 있을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테슬라 팬인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최근 미국의 경제 포털 야후 파이낸스에 출연, “보조금 폐지는 테슬라가 업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 2021년 백악관이 전기차 보급 확대 논의를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머스크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의 냉대 때문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도 있다.
머스크의 지지로 홍보 효과 기대…기부금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 머스크는 최고의 홍보자이자 후원자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 선언 며칠 뒤 ‘아메리카 PAC’라는 정치후원단체(슈퍼 PAC)를 설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와 대담을 앞둔 지난달 12일 머스크가 소유하고 있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부활시켜 1년 만에 사용을 재개했다.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팔로워는 750만에 불과하지만 엑스 팔로워는 8800만명이다.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려도 파급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두 플랫폼에서 게시된 동일한 내용의 캠페인 광고는 2시간 만에 엑스에서 17만2000개의 ‘좋아요’를 받은 반면 트루스소셜에선 9000개 미만의 ‘좋아요’를 기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머스크가 엑스에 트럼프 지지글을 올리는 것도 젊은 유권자를 모으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영국 BBC는 “젊은 남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머스크는 온라인상의 영웅이 되고 있다”면서 “머스크의 지지 효과로 트럼프 캠프도 젊은 유권자 표심을 잡는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