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된 이민자’ 두고 트럼프 갈팡질팡
총기·마약 엄벌 외쳤으나 입장 바꿔
국경 넘는 이민자 처벌 두고 해리스 ‘변심’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대선을 50여일 앞둔 첫 TV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쟁점 중 하나는 ‘입장을 번복한 공약’이다. 두 후보 모두 이민, 총기 등 첨예한 문제에서 입장을 완화하면서 이번 토론에선 입장 변화를 두고 논쟁이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이민자 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나 입장이 달라진 부분도 있다.
대통령 재임 시 그는 숙련 노동자를 위한 H-1B 비자를 제한했으나 최근 입장을 완화했다. 지난 6월 기업인과의 만남에서 트럼프는 “숙련 노동자가 미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 대학을 졸업생에게 자동으로 영주권을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이 발표된 후 공화당 측은 “모든 졸업생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며 “가장 숙련된 학생들에게 적용되며 그들의 정치적 이념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기와 마약에 대해서도 과거 ‘강경 입장’에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과거 법 집행 기관이 자신이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인물의 총기를 제한하는 법을 찬성했다. 2018년 플로리다 마조리 스톤앤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격 사건 당시 법 집행 기관에 “일단 총기를 압수하고 이후에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약에 대해서도 소량이나 개인 용도의 마리화나(대마초) 사용을 반대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총기나 마리화나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NYT는 “이제 그는 모든 총기에 대한 제재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난 2월에는 바이든 정부의 총기 규제를 모두 철회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8일에는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이미 말했듯이, 나는 개인적인 용도로 소량의 마리화나를 사용한 성인에 대한 불필요한 체포와 투옥을 끝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 외에도 각종 연설에서 경쟁 상대인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무능한’,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맹비난하고 있지만 과거 해리스를 후원한 것도 대표적 사례라고 NYT는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입장을 바꾼 정책 중 가장 논란인 것은 이민 정책이다. 2019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시절에는 이민을 위해 국경을 횡단할 경우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단 국경 횡단을 민사상 범죄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ICE 예산 삭감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그는 ‘초당적 국경 보안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당 법안에는 하루에 지정된 인원보다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경우 국경을 폐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NYT는 “해당 법안은 국경을 관리하는 수 천명의 인력을 파견하고 국경 장벽 건설 자금도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총기 규제에 대해서도 2019년에는 “정부가 총기를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현재는 해당 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셰일가스 추출 공법인 프래킹(수압파쇄) 입장 변화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프래킹 금지에 찬성했지만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두 후보의 ‘말 바꾸기’는 아킬레스건이 될 전망이다. NYT는 “정치인이 정책 입장을 바꾸는 건 모든 정치인이 하는 것”이라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취한 진보적인 입장을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완전히 입장을 바꾸거나, 입장을 거듭 번복하거나, 중요한 문제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