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 첫 美해군 창정비 착수
‘월리 쉬라’호 3개월 작업 거쳐 인도
김동관 부회장 한화 방산 역량 결집
2029년 85조 MRO시장 공략 가속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사 최초로 미 해군의 창정비 사업에 착수했다. 과거 미국 퇴역 군함을 사용하던 우리나라가 미국 군수지원함을 직접 정비하는 등 한국 해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이 5년 내 85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인 가운데, 이번 첫 창정비 사업을 계기로 한화오션이 MRO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오션이 MRO 사업을 위해 수주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이 창정비 수행을 위해 2일 오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했다.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이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최초로 입항하면서 한미 양국 방산 협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30일 미 해군 군수지원함의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소 중 최초로 미 해군의 창정비 사업을 수주하게 된 것이다.
이번 수주는 우리나라 해군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례라고 평가 받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군함은 1949년 미국으로부터 1만8000달러에 구입한 퇴역 군함 ‘백두산함’이다. 그로부터 75년 후 국내 조선사인 한화오션이 미 해군에서 운용 중인 함정의 MRO 사업을 자체 역량으로 수주하게 됐다.
거제 조선소에 입항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는 해상에서 탄약, 식량, 수리부품, 연료 등을 다른 함정에 보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배수량 약 4만톤급으로 전장 210m, 전폭 32.2m에 이른다. 월리 쉬라호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약 3개월 간의 함정정비 작업을 거친 뒤 미 해군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는 이번 사업 수주를 위해 그룹 역량을 결집했다. 그룹 방산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과감한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미국 시장 진출의 일환으로 올해 6월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에는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이 참여했다.
한화오션은 MRO 수주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운용 중인 해군 전력의 유지 및 보수에 대한 어려움으로, 우수한 함정 기술과 설비를 보유한 우방국에 함정 MRO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 정부 움직임에 미국 함정 MRO 시장은 2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도 함정 MRO 사업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가 올해 77조9200억원에서 2029년 85조82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한화오션이 건조한 함정을 수출한 국가를 중심으로 창정비 및 성능개량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