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다졌다” 2차전지 ETF 다시 자금 유입세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ETF는 순자산 감소

전문가 “글로벌 전기차 회복세 확인해야” 신중

2차전지의 2차웨이브?…ETF 자금 몰리고 빚투도 슬금슬금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최근 국내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가 공백을 보이자 2차전지 관련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난 2일 하루 동안에만 2차전지 테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2600억원이 넘는 순자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에 2차전지가 꿈틀거리자 ‘빚투(빚내서 투자)’도 다시 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전기차 업황 반등이 불투명한 만큼 당분간 방어주 중심의 투자 전략이 유리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2차전지 관련 ETF 16종(인버스 제외)의 순자산은 하루 사이 2671억3000만원(6.2%)이 불어났다. 배터리 셀·양극재·음극재·분리막·동박 기업 등 2차전지 밸류체인 관련 기업들을 골라 투자하는 TIGER 2차전지테마와 KODEX 2차전지산업의 순자산은 각각 674억원씩 늘었다.

▷TIGER 2차전지소재Fn(436억원) ▷TIGER 2차전지TOP10(223억원)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121억원) 등도 100억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반면, 2차전지 테마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에는 56억원이 줄었다.

지난 8월 한달 간 2차전지 ETF에서 773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흐름과 비교하면 시장 흐름이 급반전된 모습이다. 그간 2차전지주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에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작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잇따른 화재 사고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도 투심을 얼어붙게 했다.

이에 최근 자금 유입세는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기술적 반등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에코프로비엠(8.02%)은 4거래일 만에 알테오젠으로부터 코스닥 시총 1위를 되찾아왔다.

빚투도 다시 증가세다. 지난달 에코프로비엠의 신용융자잔고는 37억원이 줄었으나 마지막주(26일~30일)에만 194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선 삼성SDI(16억원), TIGER 2차전지테마(6억원), KODEX 2차전지산업(5억원) 등도 빚투가 늘기 시작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그간 반도체 쪽으로 쏠렸던 수급이 최근 들어 분산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그 대안 중 하나로 2차전지가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미국 대선을 2개월 앞두고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2차전지 테마에 정책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2차전지가 추세적 반등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실적은 올 3분기를 기점으로 저점을 지나겠지만 아직 유럽·미국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판매량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월별 판매량 데이터가 유의미할 정도로 반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최근 1년 주가 하락폭이 상당한 만큼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이 반등의 결정적 시점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면서 “공격적 비중 확대보다는 3분기 증익 가능한 기업 위주로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 대선 전까지 증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2~3개월 동안은 방어력이 뛰어난 저베타 업종을 구축해야 할 시기”라면서 “건강관리·통신·유틸리티 등은 실적 모멘텀이 양호하고 매도 압력에도 노출되지 않은 편”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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