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3사와 철강사 하반기 가격 협상 진행

상반기 협상 때 톤당 90만원대 초반으로 합의

철강사 영업익 하락 막기 위해 가격 인상 피력

조선업체 중국과 경쟁 위해 가격 인하 고수

중국 저가 공세 여파에…조선 “더 싸게” vs. 철강 “더 못 내려” 후판 갈등 고조 [비즈360]
[123rf 및 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김성우 기자] 올해 상반기 후판가 협상을 가까스로 마친 조선사와 철강사들이 하반기 협상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사들은 계속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격 상승을 피력하고 있는 반면 조선사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가격 인상 저지에 나설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국내 철강사들과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조선사와 철강사 간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번씩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가격 협상은 앞서 지난달에 마무리됐다. 통상 협상 마무리 시점인 5월보다 두 달 정도 늦어졌다. 국제 시세를 고려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조선사와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 감소를 막기 위한 철강사 간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합의된 조선용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대 초반으로 90만원 중반대인 지난해 하반기보다 낮아졌다.

국내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은 하반기 협상에서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철강사들은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용 전기료가 인상됐고, 중국산 저가 공세와 건설경기 악화 등 연이은 악재들로 영업이익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국 저가 공세 여파에…조선 “더 싸게” vs. 철강 “더 못 내려” 후판 갈등 고조 [비즈360]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친환경 철강 개발이라는 시대적인 이슈에 당면한 철강업계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후판 가격까지 내려가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어려움을 급격하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예년보다 낮은 톤당 100달러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 조선사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후판 가격 인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조선사들이 사용하는 현지 후판 가격은 톤당 7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에 협상된 국내 후판 가격보다 약 20만원가량 저렴하다.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저렴한 중국산 후판은 현지 조선사의 가격 경쟁력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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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1후판공장 작업 공정 모습. [포스코 제공]

중국 조선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의 선박 수주량은 154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우리나라(594만CGT)보다 2.5배 이상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여전히 중국에 앞서 있다. 다만 가격 경쟁력 격차가 계속 벌어진다면 고부가치선을 비롯한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자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중국산 후판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진행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에서 덤핑이 일어나고 있어 중국산 비중을 20%에서 25% 이상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산 후판 품질이 과거와 달리 많이 향상된 점도 국내 조선사들이 이전보다 더욱 거리낌 없이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품질 측면 이슈가 지속해서 발생했다면 중국산 후판 사용을 지양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제품들이 쉽게 유통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가 조선시장에 철강을 공급하면서 ‘손해를 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큰 마진을 올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조선업계에서) 중국산 후판 가격 수준으로 무조건 맞춰달라는 요구를 하기보다는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파트너 정신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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