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은 주가 하락에 '저점 매수' 기회 활용
LG엔솔·삼성SDI 소액주주 1년새 10만명가량↑
“배터리 안전성…국내업체 반사이익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배터리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최근 인천 대형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기차 포비아’(Phobia)까지 확산될 우려를 보이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3사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일제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기적 성장성이 유효한 상황에서 업황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저점 매수'를 노리는 개미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각 기업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소액주주는 총 88만7831명으로 작년 6월 말의 78만5526명과 비교해 10만2305명 늘었다. 삼성SDI의 경우 작년 상반기 말 24만5184명에서 올해 36만780명으로 11만5596명 증가했다.
SK온을 품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개인주주 또한 같은 기간 7만7824명 늘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43만6714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방산업 둔화로 배터리업계가 '보릿고개'를 겪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전동화 흐름이 '예견된 미래'라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업황을 반영한 주가 하락이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식 매입의 긍정적 요인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보통주 평균은 작년 6월 한 달간 평균 57만8000원에서 올해 6월 34만1211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70만7048원에서 38만2053원으로, SK이노베이션은 18만5962원에서 10만7653원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주주환원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출범 이래 한 번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에 대해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실현하고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되는 향후 적정한 시기에 주주환원 정책 시행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올해 초 보통주 주당 1000원, 우선주 1050원을 배당하는 결산배당을 시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SK온의 기업공개(IPO) 시점에 두 회사의 주식 교환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주가가 많이 내려가다 보니 개인주주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허 교수는 "하반기 미국 대선의 향방과 전기차 화재 이슈 등 변수를 지켜보며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산 배터리 안전성 문제로 국내 배터리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