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북콘서트 개최

“1970년 이후 OECD회원국 지출정책 대부분 실패”

재무부 장관이 감세?…“세금 깎아주는 자리 아냐”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난해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이 “25만원을 주는 것보다 세금을 깎아주는 게 낫다”면서 야권이 힘을 싣는 ‘25만원 민생지원금’보다는 경기 활성화를 위한 감세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만수 “25만원 지급보다 세금 깎는게 나아…종부세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강 전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저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을 바탕으로 북콘서트를 열고 “1970년 이후 2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91개 경기진작책을 비교한 결과 감세정책은 다 성공했고 지출 정책은 거의 다 실패했다는 보고서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 대통령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크리스티나 D 로머의 연구를 인용해 “1달러 감세는 3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재무부 장관 자리는 세금을 어떻게 많이 받을까 궁리하는 자리이며 세금을 깎아주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감세라는 말도 잘못됐지만 장기적으로 증세하기 위한 감률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감세정책은 기업의 투자 역량을 확대하는 첫 걸음이고, 투자 확대는 장기적인 증세정책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강 전 장관은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에 대해서는 각각 ‘정치 폭력’과 ‘불행세’에 비유하며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종부세는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착오”라며 “동서고금 역사에도 없고 조세 5대 원칙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퇴직 후 수입이 없는 사람은 (세 부담 탓에) 집을 몰수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상황은 정치폭력이나 다름없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상속세에 대해선 “대영제국이 망한 이유 중 하나는 70%에 달하는 상속세 때문”이라며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실제 피상속인이 해당 자산을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폐지한다고 안 받는 게 아니다”라며 “세금을 어떻게 하는 게 맞느냐, 방법론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고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그에 동의하지 않고 ‘환율의 실세화’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시 경제 상황에 맞춰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를 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설명이다.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설립에 반대했던 일화도 전했다. 강 전 장관은 “암반이 나오지 않는 지역에는 건물을 지을 수가 없는데 세종은 아무리 내려가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사무관 등이 오가는데 시간 낭비를 하는 걸 생각하면 과천으로 (정부가 간 게) 엄청난 실수고 여기까지 온 건 더 실수”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위기가 왔다는 감을 못 느끼게 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이명박 후보와 세종을 ‘국제 과학 비전 도시’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무산됐다고도 말했다.